1년 365일 매장문화재 발굴현장에서 지내야 하는 발굴조사요원들은 늘 긴장하고 조심한다. 언제 무엇이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조심스레 붓으로 훑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속이 다 타들어 갈지도 모른다.
20년 경력의 한 주임 연구원은 "유적현장에서는 아는 게 아는 게 아니다. 함부로 대하다가는 유적이 파괴될 수 있어 조심조심 내려가야 하는 작업"이라고 고충을 토로한다.
최근엔 국책사업이다, 아파트 붐이다 해서 여러 발굴기관에서 일감을 다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로 일이 넘친다. 이 현장, 저 현장 뛰다 보면 쉬는 것은 언감생심. 그래도 지금은 현장이 있어 다행이라고 조심스레 내뱉는다.
이들 발굴요원들은 대부분 신분보장이 안 되는 비정규직이다. 미래가 불투명하니 한숨이 길어지는 것도 다반사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국책사업이나 개발 붐이 5년, 길게 보아 10년 이내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발굴기관마다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나 지금의 이 고생이 과연 10년 후 내 위치를 어떻게 만들어줄까 하는 고민에 휩싸인다.
실제 유적발굴현장에서 공공기관이나 사업시행 주체를 이해시키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1만 평 이상 대규모 지역으로 문화재보호법상 사전영향평가 대상지는 사업자들이 으레 공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믿었다가 느닷없이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토로한다.
'문화재 전문가 의견서 첨부'를 조건으로 하는 건축예정지역도 전문가 입회조사를 하다 보면 상당지역에서 유물이 나오다 보니 제도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고 한다. '유물출토 의견' 때문에 시굴, 발굴조사를 벌여야 하고 이로 인해 공사가 지연된다는 항변이 그것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지역 발굴기관의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2005 대구'경북지역 유적조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영남문화재연구원, 경북도문화재연구원, 성림문화재연구원, 신라문화유산조사단, 한국문화재보호재단 등 기관별로 지난해 조사를 마쳤거나 진행중인 곳만 281곳에 달한다. 보고서 발표회를 가진 유적은 26곳이다.
주목을 받은 유적은 경부고속철도 경주구간내 화천리'화곡리 유적, 구룡포-대보간 도로확장'포장공사 구간내 삼정리취락유적, 현풍-김천간 고속도구간내 성주 상언리 유적 등이다.
발굴기관 관계자들은 발굴조사'관리를 주도하는 문화재청에서 매장유적조사에 대한 교과서 같은 '큰 틀'을 마련해 달라는 목소리 또한 높인다. 기관마다 경쟁으로 필요 없는 오해의 소지와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황폐한 흙더미에 묻혀 '과거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들의 작업은 작은 뼈 조각 하나, 돌멩이 하나에도 주목한다. 집터를 발견해내고, 다시 집터의 주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은 지난한 땀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오늘 허물어버리거나 수집하지 않는다면 귀중한 자료들은 더 이상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음지에서 일하는 발굴조사요원들의 사기앙양책이 절실한 이유이다.
노진규 문화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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