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소박하게 질문하다'
엄원태
몸 풀린 청량천 냇가 살가운 미풍 아래
수북해서 푸근한 연둣빛 미나릿단 위에
은실삼단 햇살다발 소복하니 얹혀 있고
방울방울 공기의 해맑은 기포들
바라보는 눈자위에서 자글자글 터진다
냇물에 발 담근 채 봇둑에 퍼질고 앉은 아낙네 셋
미나리를 냇물에 씻는 아낙네들의 분주한 손들
너희에게 묻고 싶다, 다만,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산자락 비탈에 한 무더기 조릿대들
칼바람도 아주 잘 견뎠노라 자랑하듯
햇살에 반짝이며 글썽이는 잎, 잎들
너희에게도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폭설과 혹한, 칼바람 따윈 잊을 만하다고
꽃샘추위며 황사바람까지 견딜만하다고
그래서 묻고 싶다, 살아 기쁘지 않느냐고
봄은 밝다. 봄의 안은 환히 들여다보인다. 봄은 숨김이 없다. 그래서 봄은 교감의 계절이다. 이쪽과 저쪽이, 사람과 꽃이, 이 풀과 저 나무가 교감한다.
이런 봄에 '살아 기쁘지 않느냐'는 물음이 우리의 가슴을 적신다. 자연이 인간에게, 인간이 인간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답을 구하는 물음이 아니라 확인이고 깨우침이며 타자와 교감하는 양식이다. 이 봄에 온몸으로 던지는 우리의 화두(話頭)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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