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친구를 찾습니다" 미국서 온 편지

이달 초 매일신문사로 한 통의 국제우편이 왔다.

가난했던 1960년대. 학교 공납금을 내지 못해 쩔쩔매던 한 소녀가 같은 반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학교를 졸업했고, 이 친구를 찾고 싶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장은선(60·여·미국 LA 거주) 씨. 그는 병든 홀어머니 밑에서 4명의 남매와 함께 어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

친척집을 전전하며 학교를 다니던 장씨에게 위기가 닥쳤다. 1961년 대구여중 졸업반 당시 2, 3학년 분 공납금을 내지 못해 담임선생으로부터 '고교 입학원서를 써주지 못하겠다'는 말을 들어야 했던 것.

교실에서 홀로 울고 있을 때 뜻밖의 도움이 찾아왔다. 같은 반 친구가 적금을 털어 공납금을 대신 내준 것. 친구 이름은 전임출. 울고 있던 장씨를 달래주던 그 친구는 '나중에 꼭 갚을게'라는 장씨의 말에 그저 말없이 웃고만 있었단다.

장씨가 전씨에 대해 아는 것은 계성여고에 들어갔다는 것 뿐. 이후로는 연락이 끊겼다. 나름대로 그 친구를 찾아보려 했지만 찾지 못했단다. 장씨가 기억하는 전씨의 옛 주소는 '대구시 중구 남산동 123번지.'

전화통화를 통해 장씨는 큰 은혜를 입은 전씨를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지난 1977년 간호사로 미국에 취업이민을 온 뒤 한시도 임출이 생각을 해보지 않은 적이 없어요. 당뇨병 등으로 투병생활을 하다 보니 미처 찾을 여력이 없었어요. 몸이 아프니 그동안 내가 신세를 졌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임출이를 아는 분도 연락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뒤늦게나마 친구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장씨의 주소는 'Eun Soon Chang 1248 S.Manhattan PL. L.A CA90019 U.S.A'이며 전화번호는 (국제통화번호)-1-323-737-4786.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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