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칭기즈칸인가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정복했던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칭기즈칸이다. 나폴레옹이나 알렉산더도 넘을 수 없던 벽을 그는 가벼이 넘었다. 그는 불과 20여년에 걸친 재임기간 777만 ㎢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그가 이룩한 땅은 동쪽으로 고려에 미쳤고 서쪽으로 지중해에 닿았다. 게다가 그가 이룩한 제국은 영토의 광활함에도 불구하고 무려 150년간이나 이어졌다.
그런 칭기즈칸이 최근 들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로 만들어지고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관련 서적 출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일찌감치 칭기즈칸을 서기 1001년부터 2000년까지 1천년간 가장 위대한 역사 인물로 선정했을 정도다. 13세기를 살다간 칭기즈칸이 21세기를 맞아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800년전 칭기즈칸이 오늘날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뭘까. 애초 그가 속한 부족은 황무지를 떠돌던 유목민이었다. 그의 부족은 문자조차 갖지 못했던 야만인이었다. 그가 가진 군대는 10만~20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금(金), 이슬람 같은 당시 문명국들을 정복하고 1억~2억명에 이르는 인구를 다스렸다. 소수의 다수에 대한 승리였고 야만인의 문명인에 대한 승리였다. 당연 문자조차 갖추지 못했던 야만인들이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제국을 건설해 그토록 오랜 기간 지킬 수 있었을까하는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오늘날 역사·경제학자들은 칭기즈칸의 리더로서의 자질에 주목하고 있다. 그의 리더로서의 본질은 바른 인재 등용과 포용력, 아웃소싱에 있다.
그는 인재를 사랑했다. 근친일지라도 내쳤고 원수라도 중용했다. 능력이 있는 인물이라면 그가 비록 적장이건 노예출신이건 가리지 않고 기용했다. 그렇다보니 그 주변엔 늘 인재가 몰렸다. 그에 의해 몽고국의 첫 국왕에 임명된 모칼리의 경우가 그랬다. 모칼리는 원수 사차베키 가문의 충실한 노예였다. 그는 사차베키가문이 전쟁에 패한 후 포로가 된 모칼리를 살려 줬을 뿐만 아니라 아꼈다. 자신의 네 아들보다도 먼저 국왕에 봉했을 정도다. 이 때 모칼리가 "대칸(大汗)의 아들들도 얻지 못한 봉호를 받아 들일 수 없다"며 거절하자 칭기즈칸은 "나는 네가 지난 날 무엇을 했는지 또 어떤 사람이었는지 개의치 않는다. 지금 너는 나의 국왕일 뿐" 이라고 과거를 덮어 줬다.
이런 칭기즈칸은 이미 800년 전에 아웃소싱을 실행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수많은 적국을 점령해 나가면서도 그가 믿었던 샤먼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상대가 기독교국가건 이슬람 국가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화·정치적 차이를 인정했다. 이런 점 때문에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면서도 적과 싸울 군대까지 아웃소싱을 통해 조달할 수 있었다. 이런 리더십으로 그는 사분오열돼 있던 부족을 통일한 후 중원으로 내달았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분개각이 단행됐다. 명실상부한 선거용 개각이다. 국가 관리직인 장관들이 무더기로 지방선거용으로 차출되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한 장관은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애당초 선거를 의식해 임명되다보니 장관직을 유지하고 싶어도 마다할 명분도 없는 듯 하다. 새 정부들어 네 편 내 편이 명확하고 코드까지 맞춰야 하다보니 인재의 풀(Pool)은 좁아져 있다. 장관이 선거용 자리냐는 비판이 여전히 따갑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물난에 시달리는 여당으로서는 달리 대안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관이란 지방자치단체장 이상으로 중요한 자리다. 그야말로 부처의 리더로서 대통령과 함께 국정 전체를 함께 책임지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다. 장관의 잦은 교체는 효과적인 리더십을 제약하는 요인이 된다. 장관의 잦은 교체는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해치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좁은 인재 풀로 인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형국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네편 내편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해 내치를 이루고 아웃소싱을 통해 외치까지 거머쥔 칭기즈칸의 업적이 새삼스런 시절이다.
정창룡(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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