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착 힘든 이주여성, 선배들이 도울게요!"

"어려운 심정, 우리가 가장 잘 알지요."

10일 오후 월마트 비산점(대구 서구 비산동). 현관 안으로 들어서자 초록·분홍·보라색 등 영롱한 빛을 발하는 구슬로 만들어진 휴대전화 고리, 귀고리, 촛대 등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물건들은 지난해 대구 서구제일종합사회복지관이 개설한 '국제결혼가정 외국인여성 비즈공예교실'을 수강한 6명의 외국인 주부들이 1주일 동안 땀 흘려 만든 공예작품.

이를 판매해 모은 돈은 한국인 남편을 만난 외국인 여성과 외국인 이주 노동자 가정의 여성을 위한 자활지원사업(직업 알선 및 교육)에 쓸 예정이다.

낯선 문화에 대한 적응과 경제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국제결혼 가정여성' 및 '외국인 이주노동자 가정 여성'을 돕기 위해 외국인 주부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

이날 행사에 나온 결혼 10년 차의 필리핀 출신 영어강사 미울리(49·대구 서구 비산동) 씨. 복지관에서 개설한 한글교실에 다니다가 활동 취지를 듣고 기꺼이 발을 들여놨다. 그는 이미 자신이 겪었던 일이라 외국출신 여성들이 얼마나 힘든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낯선 한국 생활에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고 한국말도 너무 어려울 겁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면 어려움은 더욱 커지겠지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기도 만만치 않을 거예요."

이번에 내놓은 공예작품은 모두 50점. 6개월에 걸친 노력 끝에 비즈공예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주부들이 만든 작품이라 그런지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필리핀에서 온 이사벨(38·대구 서구 원대동) 씨는 휴대전화 케이스를 만드는 일을 하다 지금의 한국인 남편을 만났다. 아들 쌍둥이를 둔 그의 한국말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저도 처음엔 한국 생활이 힘들어 남몰래 많이 울었어요. 그나마 남편이 많은 도움이 됐지요. 하지만 부부 모두 외국인 이주노동자인 가정은 한국 생활이 더욱 힘들 겁니다. 다들 고향도 그리울 테고요. 우리 일이 그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언제든 비즈 공예교실에 찾아오세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12일까지 계속된다. 복지관은 오는 5월, 7월, 8월, 12월에도 월마트 비산점의 협조를 얻어 비즈 공예작품을 전시·판매하고 비즈공예교실 수강생도 늘려나갈 계획.

고동량 복지관 가족팀장은 "비즈 공예작품을 사서 어려운 이웃도 돕고, 화이트데이인 14일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 선물을 전하며 마음을 표현하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느냐"며"이번 행사에 참여한 여성들도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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