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용 무선전화기가 아날로그를 벗고 디지털을 입는다. 정보통신부는 연내 가정용 무선전화기의 디지털화를 위한 주파수 및 기술기준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늦어도 내년엔 '똑똑해진' 가정용 무선전화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디지털 가정용 무선전화기
디지털 무선전화기는 한마디로 '집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최신 휴대전화기와 기능 및 성능 면에서 절대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음성 전달 기능 정도에 그치고 있는 기존 아날로그 무선전화기에 비해 월등히 진화되는 것은 틀림없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전화의 가장 큰 차이는 통화 품질. 디지털 무선전화기의 경우 아날로그보다 통화 상태가 깨끗하고 이동 중 잡음도 없다. 정부가 가정용 무선전화기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각종 부가기능도 크게 진화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중인 900㎒대역의 아날로그 무선전화기용 주파수는 총 2㎒(채널당 25㎑)로 음성, 단문메시지 등의 서비스만 가능하지만 디지털 무선전화기의 경우 10㎒ 이상 넓은 주파수 대역폭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송 가능한 데이터 양이 크게 늘어 동영상 전송, 영상 통화, TV 리모컨 기능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주파수 대역폭이 충분히 확보될 경우엔 가전제품이나 가정용 로봇 등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홈네트워크용으로는 물론 가정 내 CCTV 카메라를 설치, 무선전화기 본체와 연결하면 동네 외출시 집에 있는 아이의 안전을 확인할 수도 있다. 또 휴대전화처럼 인터넷에 접속,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이뿐 아니라 900㎒대역의 아날로그 무선전화기와 달리 도·감청이 불가능해지고 한번 충전으로 아날로그의 배가 넘는 1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추세 및 현황
휴대전화 보급·사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에 디지털 무선전화기가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단언하기는 힘들다. 다만, 최근 디지털 무선전화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를 미뤄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무선전화기가 서서히 강세를 보이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실제 현재 디지털 무선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는 국가는 유럽, 미국, 일본, 러시아, 동남아, 중남미 등 100여개 국이 넘는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미 디지털 무선전화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유럽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 무선전화기를 상용화하기 시작했고 지난 2000년대 들어서 급속도로 증가, 올해 아날로그 무선전화기가 거의 사라지고 디지털 무선전화기가 전체 유선전화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중국, 동남아 등도 2000년대 들면서 상용화하기 시작, 현재 연간 세계 무선전화기 시장이 8천만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 무선전화기 판매 비율이 지난 2002년 전체 12%(450만 대)에서 지난 2004년 31%(1천94만 대)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휴대전화에 전념해 온 이유도 있지만 지난 90년대 중반 '시티폰' 참패 이후 정부, 관련 기관 등이 디지털 무선전화기 도입 등에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에 상용화가 늦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KT, 하나로통신 등이 아날로그 방식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고 디지털로의 전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컨소시엄 구성, 공청회 등을 통해 적극 나섰기 때문에 그마저 이제라도 디지털 무선전화기 상용화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라며 "물론 현재 아날로그 관련 업체들의 피해와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망
정통부는 올 상반기 중 90여개 무선전화기 제조업체들의 의견을 수렴, 가정용 무선전화기 디지털화에 대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오는 6월쯤 전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주파수 분배를 고시할 계획이다. 이 경우 내년 초엔 일반 가정용 디지털 무선통화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무선전화기 기술 개발 및 상용화가 활성화될 경우 세계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 진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세계 가정용 유선전화 가입자는 12억 명으로 수출시장으로서의 잠재력이 아주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민 정보통신부 주파수정책과 담당사무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 일본, 미국 등 선진국들에 비해 상용화가 늦은 만큼 이들 국가보다 월등한 환경과 인프라, 성능의 디지털 무선전화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0년 이후 국내에 판매된 아날로그 무선전화기는 660만여 대로 기기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어 디지털 무선전화기의 시장 진출의 최대 복병이 될 전망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성추행 호소하자 2차 가해, 조국은 침묵"…강미정, 혁신당 탈당
고개 숙인 조국혁신당 "성비위 재발 막겠다…피해회복 끝까지 노력"
[단독] "TK통합신공항 사업명 바꾸자"…TK 정치권서 목소리
우원식 "김정은과 악수한 것 자체가 성과"…방중일정 자평
박지원 "김정은, 두번 불러도 안 보더라…우원식과 악수는 큰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