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구 대표팀 "패해서 고개 숙이는 일 없다"

다시 한 번 총력전이다. 한국야구의 '신화'를 이룩한 김인식 월드베이 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사령탑이 19일 낮 12시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세 번째 경기이자 준결승을 앞두고 총력전을 선언했다. 미국의 예상 밖 패배로 기사회생한 일본도 크게 기뻐하면서 이번만은 한국에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김인식 감독은 결전을 앞두고 "박찬호를 제외하고 투수들에게 전원 대기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16일 일본과의 경기에 선발 출전, 대회 규정상 나흘 휴식을 취해야 하는 박찬호를 제외하고 마운드에 총동원령을 내린 셈이다.

이미 두 차례나 꺾었던 일본을 준결승에서 다시 만나게 된 김 감독은 "일본이 구사일생으로 올라왔기 때문에 솔직히 더 부담스러우나 준결승까지 올라왔으니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전에 선발로 나서는 서재응도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우리 팀의 승리를 자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서재응은 16일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본선리그에서 짜릿한 2대 1 승리를 거둔 뒤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퍼포먼스로 뭉클한 감동을 줬다. 그는 이에 대해 18일 펫코파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 행동으로 일본 선수들이 마음이 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나 우리의 승리를 자축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4강전 진출이 기적적으로 이루어진 데 대해 크게 기뻐하면서 한국에 연패한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분위기이다. 일본 대표팀은 준결승 진출이 결정된 17일 샌디에이고로 이동, 희망하는 선수에 한해 연습을 실시했다.

박찬호와 지난해 샌디에이고의 팀 동료였던 오스카 아키노리(텍사스 레인저스)는 "한국 선수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을 보고 분했다"며 필승의 의지를 불태웠다. 오 사다하루 일본 대표팀 감독은 "준결승 진출은 99%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며 "여기까지 온 만큼 지키는 야구는 하지 않겠다. 과감하게 하겠다"며 공격 야구를 펼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한 언론인은 "한국과의 축구 경기에서 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야구에서 두 차례나 패한 것은 믿기 힘들었다"며 "세 번째의 기회가 온 만큼 반드시 이겨 명예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의 선발 우에하라 고지(요미우리)는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최고 라이벌전이라고 할 수 있는 요미우리-한신전에서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다. 특히 고시엔 구장에서 벌어진 한신과의 경기에서는 한신팬들의 사나운 응원에서도 잘 던졌다"며 펫코 파크를 가득 메울 한국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에하라는 "같은 소속팀의 이승엽을 경계한다"면서 "한국팀은 꾸준하고 작은 기회라도 점수를 내기 위해 근성 있는 플레이를 하는 팀"으로 평가했다.

한국이 일본과 준결승전을 치르게 되자 국내에는 야구 응원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야구대표팀 서포터스인 '푸른 도깨비'와 시민들은 대구시민야구장과 서울 잠실, 부산 사직, 인천 문학 구장 등 전국의 야구장에서 응원을 펼칠 예정이며 프로축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월드컵 경기장과 포항 전용구장 등에서도 축구경기에 앞서 전광판으로 야구 중계를 내보낼 예정이다.

대구시민들도 주말 나들이 계획을 조정하면서 옥외 응원에 참가하거나 야구 중계를 TV로 시청하면서 한국팀을 성원하기로 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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