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0~60가지 메뉴 "고르니 즐거워요"

대학의 구내식당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다. 밥을 먹으면서도 그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누리고 또 소비하고 있다. 대구 대학생들의 민생고 현장을 찾아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열광하며 무엇에 배고파하는지를 알아봤다.

대학식당이 달라지고 있다. 쾨쾨한 음식냄새와 헌 식탁이 사라진 자리에 산뜻한 전원풍의 인테리어가 들어섰는가 하면 무인식권발매기가 등장해 두 번 줄을 서야 하는 불편도 사라졌다. 메뉴도 순대국밥, 찜닭백반, 중화덮밥, 뼈다귀 해장국 등 학교마다 50~60종이 넘는 요리로 학생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지난 13일 낮 12시 영남대 도서관 앞 '학생회관 식당'. 10분여가 지나자 배식구 앞에는 100여 명의 학생들이 식당 현관 밖까지 줄을 섰다. 식탁에는 빈 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 1일 4천~5천 명의 학생들이 찾고 있다. 2천~3천 원대 메뉴가 대부분으로 가격이 저렴할 뿐 아니라 식당 인테리어나 맛도 예전보다 월등히 나아졌다는 게 학생들의 얘기. 김주영(경제금융학과 2) 씨는 "학생회관 식당은 작년부터 운영업체가 바뀌면서 우중충하던 예전 분위기가 싹 사라져 이용자가 대폭 늘어났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대구대 경상대 식당. 오후 1시가 지났지만 식당 안은 여전히 학생들로 붐볐다. 운영자 이성화 씨는 "신학기가 시작된 지금이 가장 피크"라며 "교내 10여 개의 식당들이 영업을 하다보니 경쟁이 심해 맛이나 서비스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북대의 경우 총학생회 차원에서 식당개선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로 식당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다. 류예림(19·여·응용생명과학부 1) 씨는 "가격은 싸지만 밥맛과 인테리어는 아직 미흡하다"며 "신세대 학생들의 기호에 맞추려는 노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다양한 메뉴로 입맛 잡자

학생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식당마다 20~40종의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중식풍이나 양식풍의 퓨전 맛을 살린 것이 포인트. 한 대학 식당 운영자는 "학생들의 입맛이 패밀리레스토랑, 한식 등에 맞춰지면서 고급화되고 있기 때문에 계절마다 새 메뉴 개발에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화 비빔밥, 중화 볶음밥, 사천식 볶음밥, 순살 돈가스, 함박스테이크 등에서 보듯 그냥 비빔밥이나 볶음밥, 돈가스여서는 팔리지 않는다는 것.

정식도 옛날 정식이 아니다. 1식 3찬에서 1식 6찬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분위기. 영남대 경우 매주 2차례 고기반찬이 나오는 날을 정하고 있다. 고추장불고기나 주물럭, 장조림을 정식에 내놓는다는 것.

그러나 이러한 메뉴 다양화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한 대학원생은 "그럴듯한 이름만 내세운 일부 이색 요리들 경우 기존 요리와 맛의 차이가 별로 나지 않거나 메뉴 가짓수만 늘리는 데 그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 맛=영남대, 가격=경북대, 분위기=계명대

학생들에 따르면 대학별 구내식당의 특징은 각 대학의 학풍이나 학생들의 스타일과 대체로 일치한다는 평. 국립대학인 경북대의 경우 비교적 예전 대학 구내식당의 모습이 많이 남아 있으며 메뉴는 적지만 가격은 비교적 저렴하다. 다만 맛 개선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여전히 높고 식탁, 의자 등 식당 내부시설이 구식이라는 평이다.

영남대는 메뉴 수가 많을 뿐 아니라 맛에서도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3개 식당들 간에 맛과 인테리어의 편차가 커 몰림현상이 심한 편이다. 계명대는 분위기 있는 스타일의 식당이 호평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식당 자리가 좁아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자리가 없어 식판을 들고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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