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쌀밥도, 일본의 초밥도, 캘리포니아에서 재배된 쌀로 지어집니다."
1840년대 '골드 러시'(Gold Rush)를 맞아'벼락부자'를 꿈꾸며 미국 서부로 서부로 금광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 금이 많이 난 탓에 중국인들 사이에 '금산'(Gold Mountains 金山)으로 불렸던 캘리포니아. 연간 미국 쌀 총 생산량(1천만 t)의 20%(230만t)을 책임지고 있는 쌀 곳간.
아울러 한국과 일본, 대만 등 동남 아시아로 나가는 칼로스쌀이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항과 새크라멘토항을 통해 나가는 쌀수출의 전진기지. 지난달 방문한 새크라멘토 항에는 마침 한국행 가공용 쌀들이 하얀 포대에 포장돼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선키스트 오렌지와 나파 밸리의 와인 못지 않게 칼로스쌀은 캘리포니아의 대표적 농산물인 것. 샌프란시스코나 로스엔젤레스, 새크라멘토 등 도시 할인점이나 유통업체마다 비스켓 봉지 크키 분량에서부터 20kg에 이르기까지 각양 각색 포장의 칼로스쌀이 전시되는 곳.
칼로스 쌀 생산지를 찾아 새크라멘토를 떠나 북쪽으로 내달리면서 마주친 끝없는 평원이 아득할 뿐이다.
◆식량기지화하는 캘리포니아
지난 달 새크라멘토에서 만난 '캘리포니아 쌀 협회'(California Rice Council:CRC) 팀 존슨 대표가 건네준 캘리포니아주 쌀생산 지도를 들고 찾아나선 새크라멘토 계곡의 텅 빈 들녘은 드넓기만 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주도인 새크라멘토시에서 5번 고속도로나 99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으로 북으로 달리면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띄엄뛰엄 눈에 띄는 도정공장만 허허벌판을 지키고 있을 뿐. 두 고속도로 사이 남북으로 길쭉하게 띠 모양으로 펼쳐지는 들녘이 바로 캘리포니아 쌀 대부분을 생산는 곡창지대로 흔히 새크라멘토 계곡(Sacramento Valley) 또는 캘리포니아 중앙계곡(California Central Valley)으로 불리는 곳.
캘리포니아주 50여개 카운티 가운데 바로 이 계곡 주변에 몰린 13개 카운티가 바로 전 세계로 수출되는 칼로스 쌀의 핵심 재배지역. 비록 쌀 재배면적은 24만ha로 미국 전체 쌀재배면적 136만ha의 17% 정도에 그치지만 연간 미국 쌀 총 생산량(1천만 t)의 20%가 넘는 쌀(230만 t)을 책임지는 곳.
이들 14개 카운티 중에서도 5만1천ha로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하는 콜루서를 비롯, 서터(3만5천500ha), 뷰트(3만5천100ha), 글렌(3만1천700ha), 유바(1만5천ha), 욜로(1만ha) 등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된다.
이 계곡에서 생산되는 쌀 가운데 99% 정도가 우리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 품종. 총 생산량의 1/3(76만t) 정도 수출돼 연간 총 수출량(340만t)의 22%에 이른다. 수입국은 주로 한국과 일본, 대만. 캘리포니아가 마치 자포니카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과 일본, 대만의 식량기지화(?) 되는 듯하다.
그럿 탓인지 캘리포니아 쌀산업회와 캘리포니아 쌀 홍보위원회가 펴낸 '캘리포니아 쌀산업안내서'에는"전세계 소비자들은 최고급 쌀의 꾸준한 공급을 위해 캘리포니아 벼농사에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UC데이비스대학에서 미국 농업을 연구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안병일 연구원은 "칼로스 쌀은 캘리포니아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중요한 농산물"이라면서"그만큼 쌀은 핵심산업의 하나"라 분석했다.
CRC집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쌀산업으로 연간 수천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해마다 5억4천만달러 이상 주정부 경제에 도움주고 쌀 및 쌀제품의 총소매규모는 4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2천500여 농가의 역할이 이처럼 큼에 따라아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 CRC 짐 톤슨 대표는"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해 소득보전을 하는데 쌀농가 소득의 30% 정도를 차지하고 전반적으로 농가들이 만족해 한다."고 밝혔다.
◆약한(?) 자여! 쌀을 포기하라(?)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어느 지역보다 쌀 생산성이 높다. 따라서 앞으로 한· 미 양국간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나 미국의 국제 농산물시장 개방압력 강화에 따른 쌀시장 추가 개방이 이뤄질 경우 캘리포니아의 쌀재배 면적은 언제든지 늘어날 것을 보인다.
CRC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전체 ha당 쌀 수확량은 지난 1986년 6천335kg에서 2001년
7천282kg으로 증가한 뒤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4년에는 7천654kg로 추정됐다. 이에 비해 캘리포니아에서는 1986년 8천632kg에서 2001년 9천125kg, 2004년 9천416kg으로 높은 생산성을 나타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CRC 측도 캘리포니아산 쌀은 그 만큼 가격 경쟁력에서 다른 미국쌀보다 우위에 서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생산성은 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2002년 기준 단수비교에서도 확인된다. 연구원의 자포니카 쌀 단수(t/ha)에 따르면 호주가 7.36으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미국(캘리포니아)이 6.18, 일본과 한국이 각각 4.79와 4.68이었으며, 대만과 중국이 4.14와 4.12로 낮은 단수를 보였다.
이러한 강점과 국제 쌀시장 확대로 한·일·대만의 칼로스쌀 수입증가로 캘리포니아의 쌀수확 면적은 그동안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1월의 CRC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르과이 라운드(UR) 협상이 타결되던 지난 1993년 경우 17만6천985ha였던 쌀 수확면적은 2004년에는 23만8천950ha로 11년동안 6만1천965ha(35%)나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미 한국대사관의 김재수 농무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7년 미국 전체 쌀재배면적이 128만ha에서 지난해 136만ha로 8년동안 8만ha(16%) 늘어난 것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수치.
UR협상타결 이후 미국쌀 수입으로 갈수록 쌀재배 면적이 감소하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수입국가들과는 정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한국쌀 재배면적이 93년 113만ha에서 매년 감소, 지난해 98만ha로 처음으로 100만ha 아래로 추락했다. 일본은 93년 213만ha에서 2004년 165만ha로 22%(48만ha) 감소했다. 대만 역시 40만3천ha(93년)에서 30만7천ha(2002년)로 9만6천ha(23.8%)가 축소됐다. 쌀 수출국 미국의 쌀산업이 커질수록 한국 등 미국쌀 수입국가들의 쌀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
US데이비스대학 이현옥 농업경제 연구교수도 "보조금이 농가소득 30에서 최고 50% 정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농민들의 줄기찬 요구와 쌀 생산자 그룹의 의회 및 정부로비로 보조금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며 미국의 보조금 제도가 쌀재배 확대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에서 정인열기자 oxen@msnet.co.kr
**바로잡습니다=지난 15일자 '수입쌀 밥상 공습' 이라는 기사의 '캘리포니아 쌀 위원회(California Rice Commission)'는 '캘리포니아 쌀 협회(California Rice Council)'의 오기(誤記)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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