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스쌀이 26년만에 마침내 한국식탁 상륙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항구를 떠난 밥쌀용 미국 칼로스(CALROSE) 쌀 1천372t이 23일 오전 부산항에 도착, 다음 달 초순 공매를 거쳐 4월중에 '원더 로즈 라이스(WONDER ROSE RICE)'라는 브랜드로 일반에 시판된다. 올해 들여올 1차분 5천504t의 일부다.
아울러 4월 20일을 전후해서는 중국쌀, 그 뒤부터는 태국, 호주 쌀이 잇따라 들어와 상반기 안에 모두 일반 시판될 예정이여서 이제 한국은 수입쌀의 각축장으로 변하고 있다. 우리 쌀과 피할수 없는 한판 싸움을 벌이게 될 수입쌀. 어떻게 수입, 판매되며 주요 소비자는 누구일까 등을 살펴본다.
◆도대체 얼마나 수입되나
지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이후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MMA:최소시장접근)해야 하는 외국쌀은 두 종류. 우선 2004년까지 10년 동안은 가공용만 수입하면 됐다. 그러나 2005년부터 10년동안은 가공용과 일반 시판용 등 두가지 동시에 들여오지 않으면 안된다.
수입 가공용도 해마다 물량을 늘리도록 돼 있다. 일반 시판용 역시 매년 수입하는 쌀의 10~30%까지로 판매 비율을 높여, 2010년부터 2014년까지는 MMA물량의 30%를 밥쌀용으로 팔도록 돼 있다.
따라서 밥쌀용은 2010년이면 MMA 물량 32만 7천311t의 30%인 9만 8천193t에 이른다. 2011년부터는 MMA 물량의 30%를 일반 시판해야 돼 쌀시장 개방 유예 마지막 해인 2014년(MMA:40만8천700t)에는 12만2천610t이 식탁에 오른다.
2014년 일반시판 경우,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5kg으로 가정하면 우리 국민 190만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물량. 국민(5천만 명 기준) 4명당 1명이 수입쌀을 먹으며 살아가게 되는 셈.
가공용 미국쌀 수입은 지난 2001년 처음. 3만t에서 출발, 해마다 늘어 2002년 4만t, 2003년 5만 5천t, 2004년 6만 6천t을 기록했는데 대부분은 캘리포니아쌀이 수입됐다.
올해 수입해야 할 쌀은 47만 1천497t. 지난 해 수입하지 못한 22만 5천575t(밥쌀용 2만 2천557t 포함)과 올해 의무물량 24만 5천922t(밥쌀용 3만 4천429t 포함)을 합한 것.
이 가운데 일반시판 물량은 5만 6천986t. 국민 71만 2천325명이 1년동안(2005년 국민 1인당 쌀 연간 소비량 80kg기준) 소비할 수 있는 양. 올 1차로 먼저 시판되는 2만 2천557t에 대한 나라별 수입은 중국산 1만 2천767t(56.6%)을 비롯, 미국산 5천504t(24.4%), 태국산 3천292t(14.6%), 호주산 992t(4.4%)이다.
농림부는 밥쌀용 시판 물량을 과거 수입실적을 토대로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간 중국은 11만5천159t, 미국 5만76t, 태국 2만9천963t, 호주 9천30t은 국별 쿼터로, 신규물량으로 2005년 2만 347t→ 2010년 12만 83t,→2014년 20만 3천472t은 총량쿼터로 배정했다.
◆어떻게 수입되나
수입쌀은 농림부의 구매의뢰로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입찰공고와 설명회를 가진 뒤 해외 쌀수출 업체들의 입찰등록을 받아 입찰을 거쳐 낙찰자를 결정하게 된다. 또 물품도입 단계는 현지에서 품위·잔류농약 검사를 거쳐 포대로 포장돼 해상으로 운송된다. 국내 항구에 도착하면 식물검역·식품검사·품위중량검사·국정검사 합격 등 통관절차를 거쳐 보관창고에 입고된다. 이번에 도입된 미국 칼로스쌀은 미국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검사 대행업체인 OMIG에서 잔류농약 등 수입쌀 검사를 마친 것. 이 업체는 일본으로 수출되는 미국쌀에 대한 잔류농약검사 등도 함께 맡고 있다.
◆국내 시판은 어떻게
수입쌀은 민간수입을 허용하지 않고 전량 국영무역으로 수입된다. 즉 정부 대행기관인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수입, 국내업체들의 공매를 통해 백화점이나 할인점, 슈퍼, 도·소매상에서 국내 시판이 이루어진다. 칼로스쌀 시판은 4월 중 이뤄질 예정.
유통공사는 최근 수입쌀 공매참가업체 자격을 직전년도 결산일기준 연간 매출액이 300억 원 이상인 농산물 도소매업체나 법정 양곡도매시장 중도매인으로 최근 3년 평균 양곡 도매시장 거래실적이 10억 원 이상인 자로 제한돼 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공매등록 자격은 백화점과 할인점, 도매상, 슈퍼, 급식업체 등 전국 90여 개 업체로 추정된다.
아울러 17일 칼로스쌀 공매등록 신청을 마감한 결과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의 40여 개 업체가 등록했으며, 지방업체는 유일하게 대전의 한 업체만 등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양곡가공협회중앙회 이범락(49) 회장은 "수입쌀 취급이 예상되는 일부 할인점과 도·소매업체들은 처음에는 공매에 참가하지 않고 여론의 추이 등을 지켜보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입쌀 시장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시판가는 국내쌀의 80∼90%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공사측은 밝혔다.
한편 농림부는 양곡유통 투명성 확보와 원활한 공매, 수입쌀의 부정유통방지를 위한 특별단속 상황실을 설치하고 시판 직후부터 완료시까지 원산지 단속원 456 명(특별사법경찰관 400 명 포함)과 명예감시원 1만7천500 명을 동원,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할 받침이다.
◆누가 먹을까
수입쌀은 누가 사먹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5년 12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과 광역시 소비자 702 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 ▷어떤 경우라도 구입하지 않겠다 60.5% ▷가격이 국내산 보다 싸면 품질이 나빠도 구입하겠다 0.3% ▷품질이 좋다면 가격과 상관 없이 구입하겠다 2.7% ▷가격이 국내산 보다 싸고 품질이 좋으면 구입하겠다 35.6% ▷무조건 수입쌀을 구입하겠다는 응답자는 없었다.
쌀 구입 장소로는 ▷대형할인점 43.8% ▷백화점 0.6% ▷슈퍼마켓(농협 하나로마트) 6.7% ▷동네쌀가게 9.7% ▷인터넷 2.9% ▷기타(산지 직거래, 농협 금융점포) 36.4% 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선임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은 국내산 쌀이 수입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급식업체와 외식업체.
급식 및 외식업체의 수입쌀 지불의향을 조사한 결과 수입쌀이 국내산과 5천 원만 차이가 나더라도 구입하겠다는 의향이 55∼60%를 보였다. 국내산과 가격차가 1만 원이면 수입쌀을 구입하겠다는 의향이 75∼82%여서 급식 및 외식업체의 수입쌀 선호도가 높아 피해우려가 점쳐지고 있다.
전국곡물협회 최도찬 부회장 등 쌀 전문가들은 "미국쌀은 소비자 가구중심으로 구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으로 분석되며 중국, 호주쌀은 외식업체와 급식업소가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국쌀은 국내에서 활동 중인 동남아 근로자 15만 명과 중국집, 철판볶음밥 등 퓨전요리 전문점, 분식점 등 일부 외식업체들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군위·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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