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농사를 접어야 할 지, 계속해야 할 지,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대답해 주는 사람도 없고..."
지역의 대규모 딸기산지인 영천 임고면 평천·신천리 딸기재배농민들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2002년 우리나라가 국제식물신품종보호연맹(UPOV)에 가입하면서 2008년 출하분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는 문제를 두고 큰 혼란에 빠진 때문이다.
영천의 딸기 재배농민들은 "지금은 내년도 육묘의 모주(촉성재배)를 심는 시기이지만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데다 영천시와 경북도 등 농업관련기관에서도 방침을 세우지 못하고 "협상중" 또는 "조금만 더 기다려라"는 말로 수개월째 얼버무리는 바람에 일손을 놓고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북의 딸기재배면적은 660ha로 이 가운데 86.6%가 일본품종인 육보(레드펄)와 장희(아키히메)를 재배하고 있다. 영천도 80% 이상이 일본품종인 '육보'를 심고 있으며, 미국제품인 '찰리'도 상당면적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재배면적이 가장 큰 '육보'는 당도에서는 국내 육성품종인 '매향'과 '조홍'이 비슷한 수치를 보였지만 신맛이 더해졌고 수확량이 국내품의 3배에 이르러 로열티의 우선 협상 품목이다.
15년째 평천리에서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김성덕(63)씨는 "지난해 1천평에 딸기를 심어 비닐과 전기세, 농약비 등을 제하고 품삯 정도인 500만 원이 내손에 떨어 졌다"면서 "그나마도 로열티가 부가되면 한푼도 건지기 힘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마을 이종철(61)씨는 "시나 농업관련기관에서 딸기 신품종을 소개해 주거나 마늘·양파·감자 등 대체작목 설명회를 여는 등으로 농민들의 불안을 덜어줘야 하는 데, 뒷짐만지고 있다"면서 "불안해서 올해 딸기 농사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로열티가 포기당 10원이 될지 500원이 될 지 아무도 모른다. 협상 결과가 좋으면 공짜로도 쓸 수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농민들의 답답한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아직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답답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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