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 (16)소형차 진입금지

중국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징(北京)의 천안문광장 앞 '창안지에'(長安街).

그동안 배기량 1천cc 이하 소형차들은 이 곳에 진입할 수 없었지만 7년여 만인 지난 1일 '통행금지령'이 해제됐다. 식빵처럼 생긴 '샤오미엔'(小面)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이 자유롭게 '창안지에'에 드나들 수 있게 됐다.

지난 주말 기자가 직접 창안지에로 가서 확인해보니 30여 분 동안에만 50여 대의 소형차들이 지나갔다. 교통경찰은 아직 통행 제한이 해제된 사실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소형차 진입 금지는 전국 84개 도시에서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었다.

이처럼 창안지에 등 시내 중심가에 소형차 진입을 제한한 것은 교통 혼잡과 안전성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1천cc 이하 소형차는 매연을 내뿜고 소음이 심한데다 사고도 잦아 중국에서 '싸구려 자동차'로 인식돼왔다. 그래서 베이징시는 1998년 12월부터 '소형차'의 창안지에 진입을 금지시켰고 99년부터는 시내 주요 간선도로인 제2, 제3순환도로 진입도 규제했다. 여기에는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사람들의 전통적인 관념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소형차들의 도심 통행을 허용할 경우 도시 미관을 해칠 수도 있다는 게 그것이다.

소형차들의 도심 진입이 원천봉쇄되자 불편해진 운전자들이 소형차를 포기하고 중대형차로 바꾸는 일도 적지 않았다.

그동안 이같은 통행 규제로 소형차를 생산해 온 '창안(長安)집단'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창안집단'의 인쟈쉬(尹家緖) 회장은 "800cc짜리 '아오투오'(奧拓·ALTO)를 타고 창안가에 들어갔다가 두 차례나 범칙금을 내기도 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소형차 통행 금지는 우리에게 커다란 타격이었다."고 회고했다.

소형차 규제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볼 수는 없더라도 96년 34.8%에 이르던 소형차 점유율은 2004년 22.7%로까지 하락하는 등 소형차는 중국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가 소형차에 대한 통행 규제를 해제한 것은 고유가의 영향으로 에너지절약형 소형차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오염의 영향이 크다. 조립생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 또한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비자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겁다. 당장 베이징의 중고차 시장에서 소형차량에 대한 인기가 급등하고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이제서야 소형차들이 진정한 생존권을 확보했다."며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소형차의 품질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 모습도 보인다.

이번 소형차의 도심 통행 금지 해제조치는 중국 자동차업계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자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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