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팩션(faction)영화의 힘은 계속될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팩션영화가 영화계의 대세를 이루고 있다. 팩션이란 사실을 의미하는 팩트(fact)와 허구란 뜻의 픽션(fiction)이 결합된 신조어. 실화에 기반해서 상상의 이야기를 펼쳐낸 작품을 말한다. 그동안 주로 소설에서 보여진 장르였지만 최근들어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른 문화예술장르로 폭넓게 확산되는 추세다.
◆ 한국영화, 팩션영화의 붐= 한국영화에서 팩션 영화의 본격적인 흥행을 알린 것은 2003년작 '살인의 추억'과 '실미도'.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된 두 영화는 관객들에게 현대사의 숨겨진 이면을 들춰내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특히 '실미도'는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1천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 뒤 2004년 '역도산', 2005년 '청연', '말아톤', '너는 내 운명' 등의 팩션영화가 고른 사랑을 받았다. 그 뒤를 이은 것은 '왕의 남자'. 영화는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의 짧은 구절을 바탕으로 해 상상력을 덧입혀 만들어진 팩트영화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은 딱딱해서 재미없고 픽션은 허구인 만큼 공감대를 얻기 힘들지만 팩션은 이 둘의 장점을 적절히 조화시켜, 관객들의 구미에 맞는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올해 역시 팩션 영화의 맥을 잇는 작품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27일 개봉을 앞둔 '맨발의 기봉이'는 2003년 KBS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 방영됐던 '맨발의 기봉씨'를 영화화한 작품.
영화는 어려서 앓았던 열병 때문에 나이는 40살이지만 지능은 8살인 노총각 기봉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기봉이는 팔순의 노모를 극진하게 모시는 효자로 온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기봉이는 엄마를 위해 매일 아침 따뜻한 세숫물을 가져다 주고 땔나무를 해오고 빨래도 도맡아 한다. 엄마를 위해 달리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달리기 하나만은 자신 있었던 기봉은 우연히 그 지역에서 열린 달리기 대회에 엉겁결에 참여하게 되고 당당히 입상까지 한다. 그로 인해 평생 고생만 해온 엄마에게 뜻하지 않은 기쁨을 줄 수 있었던 기봉은 그 후로 달리기를 통해 엄마에게 즐거움을 주기로 결심한다. 한편 기봉이의 재능을 기특하게 여긴 마을 이장은 기봉이를 마라톤 대회에 내보내기로 하고, 기봉이의 트레이너를 자처하며 본격적으로 훈련에 들어간다. 영화 '맨발의 기봉이'에는 신현준과 김수미가 주연을 맡아 시골마을의 모자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외화도 역시 팩션 영화
13일과 20일 잇따라 개봉예정인 영화 '드리머'와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 '뎀' 도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팩션 영화다. 특히 5월 중순 우리나라에 개봉 예정인 화제작 '다빈치 코드'는 대표적인 팩션영화로, 일찌감치 기독교단체가 상영금지 요청을 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다. 시온 수도회와 오푸스 데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실존 종교단체가 실명으로 등장해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13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는 실제 일어났던 퇴마 기록을 바탕으로 한 작품. 1976년 독일에서 한 여대생이 퇴마의식을 받던 중 사망했던 실제 사건을 여러 가지 시각에서 재조명한 스릴러물이다.
독실한 기독교도 에밀리(제니퍼 카펜더)는 전액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한다. 에밀리는 꿈을 이루게 됐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한다. 무언가 타는 냄새 때문에 새벽 3시에 눈을 뜬 에밀리는 헛것을 보고 환청을 듣고 몸의 근육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끔찍한 경험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증상이 심해지자 에밀리는 학교생활을 포기하고 병원을 찾지만, 의사들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에밀리의 부모는 신부 리처드 무어(톰 윌킨슨)를 찾아가 엑소시즘을 청한다. 그러나 신부가 엑소시즘을 행한 후 에밀리는 죽고, 신부는 과실치사 혐의로 법정에 선다.
14일 개봉하는 '드리머'는 전형적인 감동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작품으로,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크레인 목장은 한때 번성했지만 지금은 경영난을 겪으며 명목만을 이어가고 있는 쇠락한 목장. 목장주 벤 크레인(커트 러셀)은 다른 목장에서 사육사로, 아내(엘리자베스 슈)는 야간 웨이트리스를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어느 날 벤이 사육하던 최고의 경주마 소냐도르가 경기 도중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고, 목장주는 소냐도르를 안락사시키려고 한다.
그러자 다혈질의 벤은 퇴직금 대신 소냐도르를 집으로 데려온다. 아버지로부터 말을 물려받은 벤의 딸 케일(다코다 패닝)은 소냐도르를 극진하게 간호하고 벤 역시 말을 살리기 위해 의절한 부친을 찾아가는 등 가족들이 소냐도르를 중심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그 후 6개월 동안 벤과 케일의 정성스런 간호로 소냐도르의 부러진 다리는 기적처럼 회복되고, 케일은 다시 소냐도르를 경주에 내보내고 싶은 꿈을 갖는다.
딸의 꿈을 이뤄주고 싶은 벤과 지난 날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할아버지 팝은 케일을 도와 경마인들의 꿈의 대회인 브리더스 컵에 출전시키기로 한다.
영화 '드리머'는 소녀와 말과의 교감, 가족애의 확인 등 다소 뻔한 스토리로 진행되지만 케일 역을 맡은 다코다 패닝의 연기 매력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20일 개봉하는 영화 '뎀' 역시 2002년 루마니아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루마니아의 한 지역에서 모녀로 추정되는 여자 사체 2구와 심하게 파손된 차량 한 대가 발견되지만 범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뒤이어 근처에서 젊은 연인의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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