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송리원 댐' 건설 장기 표류에 농심만 멍든다

1999년 정부가 낙동강 유역의 수질개선, 안정적인 용수공급, 홍수방지를 위해 추진한 영주 송리원댐 건설사업이 주민들간 찬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채 장기간 포류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댐건설 계획 확정, 발표(2001년)이후 수몰지 토지 보상금을 노린 부동산 투기꾼들이 대거 몰려 유실수를 심는 가 하면 땅값하락으로 재산권 행사를 못해 아우성 치는 지주들 사이에서 농심만 멍들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자체는 모르쇠로, 수자원공사는 비밀리에 사업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등 댐건설 향방이 새로운 국면에 처했다.

◆송리원댐은?=봉화읍과 영주 이산면, 평은면을 거쳐 낙동강을 흘러드는 내성천에 건설될 다목적댐으로 2004년부터 5년 동안 건설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1999년 예비타당성 조사 실시후 이 지역에 높이 50m, 길이 380m, 총저수량 18억 1천100만㎥ 규모의 댐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수자원공사측은 송리원댐에 900kw용량의 댐 발전기 2기를 추가로 설치, 경제성을 높이는 타당성 조사와 기본·실시설계 등을 거쳐 향후 준비기간 5년과 보상 및 공사기간 5년 등 10여년간 송리원댐을 완공하겠다는 세부 추진계획까지 발표했다.

◆댐 건설되면 주민들은 어떻게 되나?=예비타당성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송리원에서 5km 더 내려간 평은면 용혈리에서 봉화 문단까지 내성천 표고 164m이하 지역 580가구가 수몰되고 유역면적 500㎢ 안의 모든 농경지가 물에 잠긴다. 이산면은 전체 1천205가구 가운데 67.7%인 816가구, 농경지 1천750ha 중 72%인 1천268ha가 수몰지에 포함되며 평은면은 996가구 가운데 30%인 295가구, 농경지는 1천262ha가 수몰된다.

이산면은 19개 리·동 중 15개 리·동이 잠겨 신암1~3리, 지동2·3리, 석포1·2리, 내림1·2리와 지동1리 남양마을 일부, 운문1리 내성천변 일부가 포함되며, 평은면은 면사무소를 포함한 면소재지, 금광1리와 천본1리, 평은면 국도변 아래쪽 일부 농경지, 강동2리 4개 자연부락 중 3개마을, 천본2리 내명마을, 금광3리 본동네 등 14개 리 가운데 6개 리가 수몰 예정지다.

◆댐 건설 지지부진=수자원공사측은 2003년 1월 댐 설치계획 주민설명회를 추진했으나 평은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그해 10월 영주시에 제출한 타당성 조사를 위한 굴착행위신고서는 주민들간 물리적 충돌을 이유로 3차례 반려된 끝에 2004년 7월 주민투표를 통과해 겨우 접수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업추진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고 올해 중 사업계획(안)을 검토, 사업타당성 여부가 결정되면 주민과 지자체를 대상으로 설명·공청회를 할 계획이지만 댐건설 관련 예산은 확보되지 않은 상태다.

윤여권 한국수자원공사 신규댐 조사팀장은 "건설교통부의 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오는 연말쯤 댐건설 가부가 결정난다."며 "환경부와 환경단체, 건설부, 기회예산처 등과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쯤 주민·지자체·환경단체 등과 공청회를 바탕으로 지역협의체를 구성, 2009년쯤 착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된다", "안된다"=송리원댐 건설 계획이 5년째 표류하면서 침수지역 땅값이 계속 하락하는 등 문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주민들은 "댐 상류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묶이는 순간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족쇄가 채워져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환경단체는 "습지화로 일조량 급감과 안개일수 증가 현상이 나타나면서 생태계변화와 호흡기질환 등 주민건강이 우려되고 가축·농작물 등에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자균(47) 반대투쟁 공동위원장은 "대형댐을 건설하면 자연파괴와 예산낭비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으며 주민 김모(48)씨는 "댐건설이 늦어져 땅값하락 등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며 "하루빨리 가부를 결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박 영주시 건설과장은 "현재까지 타당성 결과나 댐건설 관련 추진계획을 통보 받은 사실이 없다."며 "주민들의 찬성 공감대 없이는 댐건설에 동참할 수 없고 댐건설을 추진할 경우 타당성조사와 주민 설명회,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공개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서도 땅 투기 바람=2001년 수자원공사의 송리원댐 건설계획 발표 이후 외지인들의 부동산 매입이 이어졌다. 발표 직전인 2000, 2001년에는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던 평은면과 이산면 일대는 2002~2005년 동안 1천609필지 627만㎡의 토지가 거래됐다. 특히 수몰지의 폐교입찰에는 16명이 참가, 예정가(8천100만 원)를 크게 웃도는 1억2천400만 원에 팔리는 등 땅투기가 극심했다.

박석환(52.이산면) 씨는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 버릴 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데 그사이 보상금을 노린 투기꾼들이 끼여들고 있다"며 "어떤 사람은 영업권 보상금을 노려 사업자 등록증까지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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