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컬러풀 대구', '잿빛 대구'

대구를 오랜만에 찾은 사람들은 도심 곳곳에 들어서고 있는 신축 고층 빌딩군(群)을 보고 놀란다. 그래서 '최악'이라고 듣던 소문과 달리 대구경제가 괜찮은 줄 안다. 하지만 곧 실망하거나 복잡한 표정이 된다. 비즈니스 빌딩이 아니라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도심의 초고층 아파트를 바라보는 대구시민들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빌딩이 들어서야 할 곳에 '엉뚱하게' 아파트가 자리 잡았으니 먹고 살 길이 더욱 막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상업용지 주거용지 가리지 않고 도심 간선도로 및 지하철역 주변에 고층 아파트 신축 허가를 남발하고 있다. 재개발 추진 지역이 대구시내에만 수백 군데에 이른다고 한다. 모두 개발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심각한 교통난 등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거의 난개발 수준인 도심 재개발 사업을 마구 허가하는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짐작은 된다. 지하철 건설 부채 등으로 빚더미에 올라선 대구시가 살림을 꾸리려면 세금을 걷어야 한다. 그러나 대구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지방세가 걷힐 리 없다. 아파트 신축 허가를 많이 내주고 부동산 거래세라도 챙기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달다고 함부로 삼키면 체한다. 도심의 극심한 교통난은 아직 부차적인 문제다. 대구에 진출한 서울지역의 아파트 건설업자들이 철수하면 대구 경제가 더욱 '골병'이 들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수조 원에 이른다는 수도권 아파트건설 자금이 단물을 빼먹고 썰물처럼 빠지고 나면 그나마 유지되던 음식점들마저 된서리를 맞을 것이란 얘기다.

불길한 조짐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구지역 아파트 분양 열기도 서서히 식고 있다. 미분양이 속출해 수도권 아파트건설 자금의 철수가 임박한 상황이다. 애초부터 대구에 신규 아파트 건설 수요가 이렇게 많을 수가 없었다. 인구가 줄고 1인당 GRDP가 전국 꼴찌인 경제 상황 아래에서 고분양가의 신축 아파트가 우후죽순(雨後竹筍)격으로 들어서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대구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 거품이 많다는 말은 새삼스러운 분석이 아니다. 대구는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지난 2년 동안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 등 전국 대도시를 크게 앞질렀다. 서울지역 대형 건설업체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상대적으로 값이 싼 대구지역 택지 값을 부풀려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끌어올린 탓이다. 한국은행은 국내 아파트값에 평균 8% 가량 거품이 형성돼 있고 서울의 경우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대구지역 아파트값의 거품은 적어도 10% 이상이라는 얘기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올라가면 소비가 늘게된다. 이른바 '자산효과'다. 하지만 대구지역 아파트에 낀 거품이 제거되고 '역 자산효과'가 나타나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영세 서비스업종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대구 경제는 완전히 거덜나게 되는 셈이다.

대구시는 공장 용지가 모자라 도심 공단 리모델링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도심의 상업용지마저 모두 고층아파트 차지가 되고 나면 향후 비즈니스 빌딩이 들어설 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제조업 공동화의 대안으로 비즈니스 서비스산업 육성을 추진하겠다는 대구시가 도심의 상업 요충지에 아파트 건립 허가를 남발하고 있으니 앞을 내다본 행정인지 의문이다. 상업용지난도 초래될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대구 경제상황만 놓고 보면 '컬러풀 대구'가 아니라 '잿빛 대구'다. 거덜난 대구경제를 되살릴 리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5'31 지방선거에 나선 대구시장 후보 면면은 하나같이 '궁여지책 후보' 천지다. 대구시민들의 맹목적 특정 정당 지지가 가져온 결과다. '잿빛 도시 대구'를 '컬러풀 도시'로 바꾸는 것은 정녕 이뤄지기 힘든 희망인가.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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