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독도(獨島)입니다. 동해에 동이 트는 새벽부터 태백산 너머로 해가 지는 밤까지 갈매기 울음과 파도소리만 들으며 천만 년의 세월을 외롭게 서 있는 대한민국, 여러분의 섬입니다.
요 며칠 새 일본 사람들과 또 내 문제로 시비가 붙었던 것 같은데 이 참에 나도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살아온 세월이 여러분 나이보다는 수천만 년은 더 앞섰을 터이니 지금부터 존칭은 빼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지. 내 지금 심정으로는 도대체 무슨 협상을 그렇게 뜨뜻미지근하게 했느냐고 묻고 싶어져. 입만 열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떠들면서 내 땅에 내 나라말로 이름도 제 맘대로 못 붙이고 '나중에 이름 짓겠습니다'고 물러나는 게 정말 나를 생각하는 협상이냐는 거지. 내 문제처럼 복잡한 외교 하다 보면 차선의 타결도 있다는 것 나도 수없이 지켜봐 와서 대충은 이해해.
그러나 이번엔 해양법 같은 거 모르는 내가 봐도 일본 사람들한테 밀린 협상이야. 오죽하면 이웃 중국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되짚어 보면 시종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일본이 바라는 바를 이루었다"고 하나. 내가 일본 쪽으로 한 200해리쯤 헤엄쳐 가 버리든지 동해바다 속으로 잠수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
그만 하면 잘한 거 아니냐고 또 입만 살아서 대들지 모르지만 내가 볼 땐 역대 국가지도자들중에 내 문제를 말 대신 행동과 실천으로 다룬 인물은 딱 한 사람뿐이었어. 박정희 전 대통령이지. 왜냐고? 지금 수로 측정이니 국가 해양기본지도 측정한다고 야단이지만 사실 45년 전에 일본 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역사상 첫 독도 지형도 측정 명령했던 사람이 박정희야. 1961년 11월 30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때 국토건설청장에게 내린 특별지시 공문 제목이 '독도를 정확히 측정하여 토지 대장에 등록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였어.
곧바로 62일 동안 삼각점 및 수로점 등 측지기준점을 측량했어 그때 측량된 동경 131°51´42″.5 북위 37°14´8″.35가 바로 나의 첫 공식 좌표야. 해양법상의 내 주소고 위치지. 그리고 바로 이듬해 10월 이 나라 개국 이후 최초로 울릉도와 날 보러 뱃길 건너온 것도 그 양반이야. 지금도 울릉도엔 당시 주민 이름으로 세운 방문 기념비가 세워져 있어.
그 뒤에 대통령이 여섯 명이나 나왔지만 섬 주민들이 방문 기념비 세워준 양반은 한 명도 없어. 입만 살아 떠들거나 엉뚱한 데 퍼주기 하느라 바빠 나한테 '댕겨 갈 새'가 없었는지 모르지. 1965년 미국이 내 위에다 등대를 설치해 일본과 공동관리하는 중재 방안을 제안, 압력을 넣었을 때도 박 전 대통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히 거부했어. 내 말이 아니고 미국 국무부 기밀 체제 외교문서(1964~1968) 29편 363호에 나와 있는 얘기야. 독도는 우리 땅이란 말 입에 올릴 자격 있는 지도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야.
엊그젠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양반들이 수로 측정 중단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더군. 의사당에 앉아서 거수기처럼 손만 쳐들고 '촉구'만 하면 일본 사람들이 지레 떨고 겁먹어서 날 포기해 주나. 내가 대한민국 여러분 땅으로 계속 남아 있게 하는 힘은 입이나 촉구결의안이 아니야. 하긴 내 문제로 시비 났을 때 "버르장 머리 고치겠다"라고 한 지도자도 있었지. 할아버지가 손자 버르장머리 고치는 데도 최소한 물려줄 밭뙈기(경제력)라도 지니고 있든지 이마에 혹을 내줄 만한 담배 '대꼬바리'(군사력) 하나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일본 이지스함 두 대만 뜨면 한국 해양경찰청 해군 다 달려들어도 반나절 안 돼 끝장나는 게 현실이라는데 말이야. 나 정말 그런저런 생각하면 수천만 년 듣던 파도소리에도 새벽잠 깨고 잠이 안 와. 그래서 하는 소린데 일본 사람한테 날 안 뺏기는 방법 딱 두 가지만 귀띔해줄게. 꼭 좀 지켜봐. 안 어려워. 하나는 우선 혓바닥 힘보다는 나라 힘부터 길러. 경제 몸집부터 키우라는 거지. 군사력도 결국 돈하고 사기야. 사기야 요즘 여리고 편한 것만 찾는 애들 같아 보여도 나 문제로 일 터지면 사기충천 악바리 돼. 뭘 그럴까 싶지만 조선민족 근성이 원래 그래. 일단 믿어 봐야지 어떡해.
돈(경제력) 있으면 초첨단 정예 군대 얼마든지 가질 수 있어. 그 경제 키우려면 민주주의 핑 계대고 제멋대로 떠드는 반(反)경제 패거리부터 쓸어버려야 돼. 내가 그냥 돌덩이 섬 주제에 뭘 알겠냐만 목소리 크고 머리띠 매고 턱도 아닌 주장하며 폭력 쓰는 쓰레기들 그거 청소 안 하면 나라꼴 안 돼. 나라 힘이 커질 수 없어. 두 번째 그런 거 제대로 하려면 울릉도에 주민이 기념비 세워주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해. 필요하면 뽑으면 되잖아. 선거 뒀다 뭐에 쓰나. 이번 선거부터 제대로 좀 뽑아 봐. 잘 뽑으면 살 길 있는데 왜 밤낮 잘못 찍어서 생고생하고 일본 아이들 간을 키워주냐. 본토 사람들 날 사랑해주는 거 보면 고맙지만 표 찍는 거 보면 늘 이상해 보여. 나 오늘 좀 지나친 표현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미래에도 한국 땅이고 영원히 다케시마가 아닌 우리나라 이름 독도로 남고 싶어서 해본 쓴소리였어. 나 대한민국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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