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숲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바쁘고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은 현대인들도 손쉽고 간편한 여러 가지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하다. 젊은 남녀들의 사랑과 이별도 인스턴트식이다. 진한 뚝배기 같은 사랑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지는 경우를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젊은 부부들은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여 우리나라 이혼율이 한때 세계 2위로 전체 부부의 3분의 1 정도가 이혼하는 등 이혼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요즘 우리 숲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 중에 우리가 배워야 할 나무가 있다.

바로 '사랑나무' 연리지(連理枝)다. 최근 최지우와 조한선을 주연으로 한 '연리지'라는 멜로영화가 개봉된 바도 있다. '연리지'는 각자 다른 뿌리를 가진 두 나무가 자라면서 마치 한 나무의 형상처럼 서로 하나가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뜻으로도 쓰인다.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서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연리(連理)라 하여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과 흔히 비유한다. 그래서 쉽게 '사랑나무'라고도 부른다.

숲속의 나무들은 좁은 공간을 나눠 갖고 살아간다. 나눔의 방법이 정해진 것은 아니니 햇빛을 차지하기 위해 남보다 먼저 쑥쑥 커 자람을 하고, 가지와 잎을 잔뜩 펼쳐놓아야 한다. 조금의 빈자리라도 생겼다 하면 주위의 나무들은 우선 가지부터 들이밀고 본다.

서로가 부딪히면서 맞닿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자기만 먼저 살겠다고 발버둥치지만 맞닿은 상태로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함께 협조해야 서로 같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서로의 부족함을 조금씩 메워 아예 몸을 합쳐 하나의 나무가 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렇게 맞닿은 두 나무의 세포가 합쳐 하나가 될 때 이를 연리라고 부른다.

연리지는 나타나는 것 자체가 희귀하며 사랑의 상징으로서 예로부터 성스럽게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너무나 빠른 변화와 핵가족이라는 생활 구조 때문에 너무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지는 인스턴트 사랑을 하고 있다.

인스턴트식 사랑은 바람처럼 지나가는 유행일 뿐이다. 연리지처럼 서로 보듬고 서로를 이해하며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 대 사람의 사랑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진정한 의미로 우리에게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이처럼 숲에서도 이런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는 것은 우리도 연리지처럼 소중하고 애절한 사랑을 하면서 살아가라는 숲이 주는 교훈일 것이다.

정민호(영덕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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