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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30년 전 만든 배냇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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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돌아오니 엄마는 욕실에서 흥얼거리시며 손으로 쪼물락 쪼물락 무엇인가 세탁하시는 중이었다. "엄마 왠 손빨래야, 뭐해" 라고 물으니 웃으시며 "보면 몰라"하시며 행여 찢어질라 조심스레 다시 쪼물락 쪼물락 배냇저고리를 세탁하셨다.

엄마는 항상 "평생 아들한번 제 배아파 못 낳아본 박복한 팔자"라고 말씀하셨다.

난 딸만 다섯인 딸 부자집 셋째 딸이며 우리 엄마는 아들을 꼭 낳겠다는 마음으로 막내 동생을 마흔 둘에 낳으셨다.

30년 전, 엄마는 큰언니가 아들인 줄 알고 손수 배냇저고리, 바지 등을 만드셨지만 첫딸을 놓으시고 무척 실망하셨다. 그리고 그 옷들은 고스란히 둘째는 아들이라는 믿음으로 남겨두시고, 둘째 딸, 셋째 딸, 넷째 딸 그리고 막내 동생까지. 하지만 다 딸이었으니 그 옷들은 쓸 수가 없었다. 어린 아기 옷이야 남녀 구별이 없었겠지만 어머니의 마음은 그렇지 않으셨나 보다. 그리고 끝내는 그 옷을 우리자매 아무에게도 입히지 않으셨다.

큰언니가 시집가 첫 조카가 태어났을 때 "산모는 어때요"가 아니라 "남자예요 여자예요" 가 엄마의 첫 질문이었다.

첫 조카로 하느님이 주신 선물은 아들이었다. 하느님께서 이번에는 우리엄마의 소원을 들어주셨나 보다. 그리고 지금은 엄마가 예쁜 왕자님을 위해서 그때 그 배냇저고리를 선물로 주시려고 하신다. 손으로 직접 만드실 때 그 마음이 고스란히 그 배냇저고리에 다 담겨져 있을 것이다.

우리 왕자님은 그 때의 엄마마음, 그러니깐 할머니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 왕자님이 얼마 전 첫돌이 지났다. 난 지금 엄마가 우리 왕자님을 오래볼 수 있도록 건강하고 해달라고 하나님께 하나의 선물을 더 빈다.

김영주(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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