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정훈 作 '어머니, 흰옷 바래 입으신'

어머니, 흰옷 바래 입으신

정 훈

어머니, 흰옷 바래 입으신 모습

연민처럼 깊어진 주름살 이랑은

노란 장다리꽃 피던 날들의

땀방울 골져 흐른 자국들입니다

어머니

해바라기 같은 당신의 눈길은

그때 그 품속에 아직도 눕게 하는데

머리에 자욱하게 내려앉은 백설,

사리 같은 사랑의 말없는 말들입니다.

어머니, 허지만 시방 당신은

눈물로도 못 이를 슬픔의 모습으로

턱수염 거칠어진 여기 나의 이 가슴에

하염없이 젖어들어 머물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한 생(生)은 헌신이다. 어머니는 언제나 자식을 향하고 있다. 마치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듯이. 어머니의 가슴은 변함이 없다. 언제나 '그때 그 품 속'이다. 우리의 고단한 삶은 어머니의 변함없는 가슴에서 위안을 받는다. 어머니의 사랑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머리에 자욱하게 내려앉은 백설'이 '사랑의 말없는 말들'일 뿐이다.

어머니의 크신 사랑은 '턱수염 거칠어진'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눈물로도 못 이를 슬픔의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에 '하염없이 젖어들'고 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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