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병원에 들렀다 집에 가려면 길을 건너야 하는데 다리가 불편해 지하도로 내려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횡단보도가 없으면 우리 같은 노인네나 장애인들은 어쩌란 말입니까."
10일 오후 중구 적십자병원 앞에서 만난 박영석(71·달서구 용산동) 씨는 "젊은이들이 많이 다니는 대구학원 앞엔 횡단보도를 놔두면서 왜 이곳엔 횡단보도를 다시 안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월당네거리에서 횡단보도가 사라진지 1년. 그동안 지역 시민단체와 노약자, 장애인들의 끈질긴 재설치 요구가 있었지만 대구시는 꿀먹은 벙어리다. 때문에 시민들의 반발이 들끓고 있다.
반월당 네거리 인근 지하도 출입구는 모두 15곳. 이중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곳은 4곳인데 그나마 동아쇼핑 앞(1곳), 덕산빌딩 앞(2곳), 대구학원 부근(1곳)이 전부다. 또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엘리베이터는 삼성생명 빌딩 앞에 한 대 있을 뿐이다.
대구적십자병원 인근 남산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는 수시로 장애인들이 들르는데 이들은 횡단보도가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복지관 관계자는"휠체어를 탄 채 적십자병원 앞 장애인리프트를 이용하던 복지관장이 리프트 고장으로 30여분 간 꼼짝없이 발묶이기도 했다."며 "이따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무단횡단을 하는 위험한 광경을 보면 정말 아찔하다."고 했다.
육성완 대구장애인연맹 사무국장은 "대구시가 횡단보도 재설치를 위해서는 지난해 8월 지하도 상가 입주자들과 먼저 합의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아직 아무런 진척이 없는 것은 결국 대구시의 의지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들이 지상으로 다니게 되면 상권이 침체될 것을 우려, 지하도 상가 상인들의 반대가 심해 횡단보도 설치가 미뤄져 왔다."며 "상인들에 대한 설득작업이 마무리돼가는 만큼 곧 횡단보도를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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