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선거권자 중 최고령자인 석판수(108·서구 평리3동) 할아버지는 오전 10시쯤 아들, 손자와 함께 평리중학교에 마련된 평리3동 제1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석 씨는"여태까지 한 번도 안 빠지고 투표에 참여했다. 누구든지 좋은 사람이 돼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이날 여성유권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박필도(106·서구 중리동) 할머니 역시 아들 내외, 손녀 둘과 함께 중리동 제4투표소 달서초교에서 투표에 참여했다.
○…31일 오전 5시 30분 대구 달서구 월성2동 제4투표소 월성초교. 투표 30분 전부터 60대, 70대 노인 10여 명이 줄을 서 있었다. 아침 운동을 끝내고 일찌감치 투표소 앞에서 기다린 것. 6시 가까이 되자 2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들었다.
하지만 젊은 유권자들은 좀체 찾아볼 수 없자 이홍직(72) 씨는 "선거 때마다 젊은 사람들이 자꾸 주는 것 같다. 투표하는 사람들 전부가 호호백발"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31일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도 빠짐없이 한 표를 행사했다. 31일 오전 6시 월성초교 투표소에 들른 유진수(54) 씨 부부는 대구역 태평청과시장에 새벽 장사를 나가는 길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개인 택시기사 이세목(57) 씨도 택시를 몰고 와 한 표를 던지고 영업전선으로 출동했다.
오전 7시 투표를 마친 성서공단 근로자 박진태(45) 씨는 "선거일에도 일해야 하는 영세업체 근로자들이 부지기수"라며 "선거일에 쉰다고 좋아하는 '부자' 근로자들은 정작 투표는 제대로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청은 주민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31일 오전 4시부터 청소차 50여 대를 투입해 골목길 곳곳을 누비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 캠페인' 테이프를 틀었고, 달서구내 모든 아파트관리사무소에도 육성이나 선관위 테이프를 통해 "일단 투표부터 하고 볼 일을 보자."고 호소했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아파트 부녀회, 새마을회 같은 여러 단체들을 통해 투표 참여 홍보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부터는 후보자와의 유착을 우려해 이 같은 홍보를 금지, 투표 캠페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31일 오전 9시쯤 대구 달성군 화원읍 제6투표소 달성중학교에 한 유권자가 말을 타고 나타났다. 축산농민인 이위두(48·달성군 화원읍 명곡리) 씨는 이날 아들 이종명(22) 씨와 함께 집에서 기르던 말을 타고 투표소에 나타났다. 이 희한한 광경을 보러 몰린 사람들로 투표소 앞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 씨는 "색다른 이벤트를 할 게 없는지 생각하다 취미로 집에서 기르던 말이 떠올랐다. 말 안장에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홍보글을 붙였는데 이것을 보고 많은 주민이 선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표마감 시간인 이날 오후 6시까지 달성군 전 지역을 말을 타고 돌며 투표참여 홍보를 한다.
○…거동이 불편해 투표소까지 나갈 수 없는 중증 장애인과 노약자들을 위해 차량으로 이들을 투표소까지 안내하는 봉사단도 있었다.
달성군내 제조업체인 삼우농기·삼우정밀공업사 봉사단인 '등대회' 회원 10명은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달성군지회 차량봉사단 5명과 함께 차량 11대를 이용, 역내 장애인과 노약자 70여 명을 해당 투표소에 데려다 주었다.
장애인협회 달성군지회 정혜경 과장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도 거동이 불편해 직접 투표소에 나올 수 없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차량봉사대를 조직하게 됐다. 이분들을 투표소까지 모시는 것은 물론 투표방법까지 상세하게 도와줬다."고 전했다.
○…31일 오전 6시 20분쯤 대구 동구 안심2동 제2투표소(반야월 농협 지소)에서 인근 주민 소유의 승용차가 불법주차, 투표소 입구를 가로 막아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발끈했다. 유권자들은 이 차에 대해 견인조치를 요구했고, 결국 30분 정도 지난 오전 6시 50분쯤 차량 주인이 나타나 차를 조용히 빼갔다.
한 유권자는 "자기 동네 투표소가 어디인지도 모르니 불법주차를 하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의식수준이 아직 멀었다."고 한마디했다.
○…대구 북구의 최고령자인 이목성(103세·침산1동) 할아버지는 31일 오전 6시 20분쯤 침산1동 제2투표소를 찾아 '경륜의 한 표'를 행사했다. 실제 나이는 주민등록상 기재된 것보다 2살이 많은 105세라는 이 할아버지는 가족이나 투표 사무원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혼자 투표소를 찾아 노익장을 과시했다.
하지만 대구 수성구의 최고령 유권자인 현덕진(101세) 할아버지는 노환으로 투표에 나서지 못했다.
현 할아버지의 며느리 김선희(49) 씨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는 '꼭 투표해야 한다.'며 투표소에 나가셨는데 이번 선거 때는 건강이 허락지 못했다."며 "온 가족이 투표소에 나가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사회1부.
○…109세로 경북 최고령인 경산 하양읍 환상리 홍남출 할머니는 거동을 하지 못할 정도로 노환이 심해 이날 투표를 하지 못했다. 하양읍사무소 관계자들은 "1897년 출생한 홍 할머니가 그동안 단 1번도 투표를 거르지않아 이번에 '거소(居所) 투표'까지 권유했으나 기력이 너무 떨어져 생애 처음으로 기권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광복회원으로 독립유공자인 김종호(100·경산 진량읍 평사리) 할아버지는 이날 오전 7시 아들 병영(77) 씨 부부와 함께 진량 다문초교에 마련된 진량 제3투표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정정한 모습의 김 할아버지는 밝은 표정으로 "유공자 모임에 참석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면 아플 겨를이 없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구미시 최고령자로 올해 106세인 추차남 할머니와 남편 장창식(97) 씨는 31일 오전 9시 30분쯤 마을통장 정우훈(45) 씨의 승합차로 인동동 구미정보고 급식소에 마련된 인동동 제6투표소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추 할머니는 "요즘 살기가 모두 어렵다고 하는데 이번에 모두 훌륭한 지역일꾼이 뽑혀 시민들이 먹고사는 걱정이 없도록 열심히 일하면 좋겠다."고 했다.
○…운문사(고흥윤 주지스님) 선방 소속 스님과 승가대학 학인스님 210여 명(사진)은 이번 선거에도 빠짐없이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스님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부터 운문면 제2투표소 방지초교 옛 문명분교까지 버스를 이용해 투표장을 오갔다. 스님들만 투표하는 데 1시간 30여 분이 소요됐으며 투표장 관계자는 스님 투표율은 98%라고 귀띔했다.
○…상주 외남면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1급 장애인 김종달(55·외남면 신촌리) 씨가 가족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직접 투표 주권행사를 했다. 김 씨는 당초 선관위로부터 거소투표 안내문을 받아 부재자 투표 대상자였으나 투표 당일 직접 투표소를 찾아 투표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이날 직접 투표에 나섰다.
○…고령군 쌍림면 쌍림초교에 마련된 제1투표소에서는 2005년 사할린에서 영구 이주해 대창양로원에 거주하고 있는 유유원(87) 씨 등 9명이 모국에서 첫 주권을 행사했다. 유 씨는 "눈 수술 때문에 고국에서 첫 투표를 하지 못할 뻔했는데 다행히 투표를 하게 돼 기쁘다."며 "조국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주군 선남면 선남초교에 마련된 선남면 제1투표소에서는 부친상을 당한 유성용(45·선남면 장학리) 씨 부부가 오전 6시쯤 투표했다. 유 씨는 "오늘 장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투표를 마쳤다."며 "다행이 날씨가 좋아 투표는 물론 장례식도 잘 치를 수 있겠다."고 바쁜 걸음을 보였다.
○…외지로 나간 울릉 주민 400여 명이 투표를 위해 30일 오후 4시 여객선 편으로 귀향하자 울릉군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율이 90%를 넘어 전국 1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31일 울릉읍 제2투표소에는 새벽부터 200여 명의 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제1투표소에서는 김정아(21·울릉읍 도동1리) 씨가 첫 투표를 했다.
○…의성읍 제1투표소(의성초교)에는 뇌졸중으로 재활치료 중인 김현주(68·의성읍 후죽리) 씨가 오전 4시 투표소에 도착,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사과 주산지인 점곡과 옥산면사무소 투표장에는 주민들이 작업 전에 투표를 하기 위해 오전 5시부터 유권자들이 몰려 한때 행렬이 100m에 이르기도 했다.
○…영덕읍 남석리 박현규(44) 씨는 연로한 가족을 투표장으로 이끄느라 고군분투했다. 박 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야성초교에서 어머니 김옥희(74) 씨와 장모 박말아(98) 씨를 모시고 부인과 함께 투표를 한 뒤 곧 바로 영덕초교로 옮겨 외할머니 서순이(94) 씨의 투표를 도와 드리는 열성을 과시했다. 박 씨는 "연로하신 외할머님과 어머님, 장모님 모두 투표에 꼭 참여하고 싶다고 해 즐거운 마음으로 투표를 도와드렸다."고 했다.
○…상주 상산초교 계림동 1투표소에는 새터민(탈북 정착주민) 최형국(47·냉림동) 씨가 첫 주권을 행사했다.
2004년부터 상주의 차량 정비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최 씨는 지난 총선에서는 자신의 신분 노출을 우려, 투표를 하지 않았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히 역할하고 싶어 투표를 했다는 것.
최 씨는 "이번 선거는 남한에서의 첫 선거로 감동적인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이제 사회 적응에 자신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합천 합천읍 가 선거구 투표소인 종합복지회관에서는 황재열(51)·권태숙(51) 씨 부부가 부친상 장례일인데도 첫 번째로 한 표를 행사했다. 황 씨 부부는 "오늘이 발인이어서 문중 어른들의 만류가 있었지만 귀중한 한표를 행사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선거연령이 19세로 낮아지면서 젊은 유권자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자신의 기표용지를 촬영했다. 31일 아침 영천시 문외동 시민회관 투표소에서 투표한 정모(19·대학생) 양은 "처음하는 투표라 가슴이 벅찼다. 내가 선택한 후보와 투표용지를 기념으로 폰카메라에 남겨두고 싶어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첫 투표를 한 젊은이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한국 영주권을 취득한 지 만 3년이 지난 19세 이상 외국인'에게 첫 투표권이 주어진 가운데 한국에 시집 온 지 15년이 된 이마무라 노부코(45·경주 동천동) 씨가 이날 오전 동천동 투표장에서 남편(44)과 함께 처음으로 투표했다. 노부코 씨는 "이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었다는 것이 실감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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