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한 공부방] 잠 잘자야 정신도 맑아진다

잠을 자야 피로가 회복되고 건강이 유지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수면 중엔 인체 근육과 신경 등이 휴식 상태에 들어가며, 젖산 등 낮 시간에 축적된 각종 피로물질이 분해된다. 또 성장호르몬 등 여러 가지 유용한 호르몬이 분비돼 성장과 신진대사 등을 촉진한다. 또한 잠은 정보처리와 갈등해소의 기능이 있다. 사람의 꿈은 기억을 정리·분류·삭제·저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꿈을 통해 사람의 뇌는 필요하고 유용한 기억을 저장하고, '쓰레기 기억'을 삭제하게 된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사람의 잠은 잠의 깊이에 따라 1~4단계로 분류되며, 꿈을 꾸는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 단계가 별도로 존재한다. 잠이 들 땐 얕은 잠인 1단계를 거쳐 2-3-4단계로 진행되며, 4단계가 끝나면 렘 수면 단계로 올라와 꿈을 꾸게 된다. 렘 수면이 끝나면 다시 1~4단계 중 어느 한 단계로 돌아갔다가 다시 렘 수면으로 돌아오길 하룻밤에 4~6회 반복한다. 수면시간의 첫 3분의 1에 깊은 잠, 즉 3·4단계 수면이 집중돼 있고, 끝 3분의 1에 렘 수면이 집중돼 있다. 깊은 잠 단계에선 외부 자극 없이 저절로 잠에서 깨는 일이 거의 없는데, 깊은 잠은 보통 오전 2시 정도에 끝나고, 그 이후엔 얕은 잠과 렘 수면이 반복되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7∼8시간이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4∼5시간만 자고도 다음날 졸리지 않고 활동에 제약이 없으면 그것이 본인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이다.

과연 잠은 필요에 따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 결론은, 사람에 따라 수면을 취해야 하는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은 낮에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무리해서 잠을 줄이는 것은 몸과 마음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일 뿐이다.

잠이 부족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선 잠을 줄이면 스스로 낮 시간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어쩔 수 없이 미세수면이 발생해서 깜빡 깜빡 졸게 된다. 그 순간 자습이나 강의에서 배우는 정보의 입력이 차단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녁까지 공부한 것을 장기기억으로 보관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덜 자고 더 많이 공부하겠다는 각오보다 오히려 충분한 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외국에서 나온 연구결과에 의하면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은 평균적으로 하루 1, 2시간씩 수면박탈 상태에 만성적으로 방치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본다. 더군다나 정보기술 강국이 지니고 있는 함정도 추가적 부담이다. 제 시간에 잠을 안 자거나 잠을 설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단순히 '공부를 안 한다'는 차원의 야단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이용한 설득을 통해 학생 스스로 잠을 조절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 사회가 도와 줘야 한다. 밤잠을 무리하게 줄이기보다는 낮 시간을 짜임새 있게 관리하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하다. 적절하고 건강한 수면은 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로 보답을 받는다.

김지언(대구가톨릭대학병원 신경과 교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