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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外銀매각' 수사 과제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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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넘게 진행된 외환은행 매각 감사에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산정의 문제점과 재경부의 부적절한 개입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 수사는 외환은행 매각이 서둘러 추진된 배경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 등 소수 경영진이 론스타 이외의 다른 잠재적투자자를 찾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론스타와 비밀리에 단독협상을 추진했고, 재경부와 금감위·금감원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분산시키면서 부적절하게 업무를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론스타에 콜 옵션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현 보고펀드 대표)의 윗선에서 지시가 있었는지 등은 따로 확인되지 않았고, 론스타의 로비 여부도 감사 대상에서 제외돼 검찰로서는 상당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 BIS비율 누가 왜 낮췄나 = 외환은행 매각의 결정적 근거가 됐던 2003년 말기준 6.16%의 BIS 비율 추정치는 감사 결과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결론났지만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이런 수치를 정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6.16%의 수치는 외환은행 매각 실무자인 허모 당시 차장이 금융감독원에 보낸 5 장의 팩스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허씨는 지난해 8월 지병으로 숨졌고허씨 윗선은 BIS 비율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검찰도 수사 초기 "BIS 비율 산정은 평가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양한 수치가 나올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감사원은 "6.16%가 제대로 검증된 수치라고 해도 제3자 은행인수조치를내릴 수 있는 기준은 2% 미만"이라며 BIS 비율 자체가 당시로서는 매각 기준이 될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BIS 비율을 최대한 낮추려 했던 흔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감사 결과 변양호 국장은 2003년 7월3일 담당 사무관에게 '어떤 식으로든지 인수 자격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부실금융 문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돼있다.

변 국장은 또 감사원에서 2003년 3월 김석동 당시 금감위 감독정책국장(현 재경부 차관보)으로부터 '재경부가 론스타 딜의 창구가 되어달라'고 요청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과연 1급인 국장급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BIS 비율을 낮춰서라도 사모펀드에 매각을 추진했을지는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검찰은 현대차 비리와 관련해 구속한 변 전 국장을 상대로 BIS 비율 산정 과정을 집중 조사하면서 여기에 개입한 외환은행 경영진과 실무선, 금감원·금감위 관련자들을 모두 소환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김진표 현 교육부총리도 소환해 변 국장으로부터 당시 어떤 내용으로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 중인것으로 전해졌다. ◇ 수의계약 '보이지 않는 손' 있었나 = 감사원 감사에서는 또 당시 외환은행경영진의 석연치 않은 행동들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외환은행 매각 과정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은 이강원 행장과 이달용 부행장, 전용준 부장과 태스크포스 직원 5명 외에는 아무도 없었고 이사회에도 협상이끝난 뒤 보고됐다.

이 전 행장은 2002년 10월 론스타에서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투자의사를 표명하자 인수 자격에 문제가 있는데도 '수의 계약'으로 협상을 추진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론스타의 투자 의사 표명 전 이미 외환은행 경영진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부터 모종의 암시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행장이 스티븐 리 론스타 전 대표로부터 매각 계약 체결 전 유임약속을 받았고, 이후 경영진 교체를 통보 받은 뒤 정관 한도를 10억여원 초과한 18 억여원을 고문료 등으로 받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전 행장측은 정당한 고문료라며 대가성 등을 부인했다고 전해졌지만, 검찰은성과급 지급 규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 감사원이 배임 등의 혐의를 둔 부분을 확인할방침이다.

검찰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을 은행장과 부은행장이 이사회를 배제하고 경제부처 관료들과 '밀실 매각'하는 데 정치권의 개입이나 론스타측의 금품 로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관련자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이 전 행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당시 김&장 고문)가 광주서중 동문이고, 이 전 부총리와 변 국장, 김석동 국장은 경기고 동문으로 얽혀 있는 점을감안해 이 전 부총리의 역할도 조사할 방침이다. ◇ 스티븐 리 신병 확보 관건 = 감사원은 이 전 행장 등 은행 고위 관계자들에게는 배임 혐의를, 변양호 전 국장에게는 직권 남용 혐의를 적용한 관련 자료를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이들이 어떻게 서로 연결됐고 중간에서 론스타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규명하기 위해서는 당시 론스타코리아 대표였던 스티븐 리의 신병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미 그는 지난해 9월 국세청 세무조사가 시작되기 전 미국으로 출국했다.

검찰은 그의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한편 미국 수사당국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요청해놓았지만, 그가 한국에 스스로 들어오거나 미국 수사당국이 협조할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론스타 쪽에서는 신동훈 전 허드슨코리아 부사장과 우병익 KDB 파트너스 대표만 개인 비리로 신병이 확보된 상태지만, 이들은 스티븐 리의 개입 정황에 대해서는검찰이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알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악의 경우 관련자들이 스티븐 리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길 경우 '반쪽 수사'로끌날 수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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