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심숲이 망가진다…'피목 가지마름병' 확산

이상기온 탓…야산 곳곳서 집단발생

20일 낮 대구 달서구 학산동 '학산'. 등산객들은 한결같이 "소나무 색깔이 이상하다."고 했다. 소나무가 누렇게 변해 말라죽고 있다는 것이다.

등산객들이 말한 지점 바로 곁에 10여 그루 안팎의 소나무 가지가 누렇게 변해 있었다. 1시간쯤 산을 더 둘러보자 100여 그루의 소나무가 집단적으로 말라 죽어있는 곳이 2군데나 나타났다. 잎과 가지부터 시작, 어린이 팔둘레만한 몸통 전체가 누렇다 못해 진갈색으로 죽어 가고 있었다.

'학산 보호회' 박왕규 회장은 "십수년을 학산과 함께 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며 "최근 두 달 새 500~600그루에 이르는 소나무가 한꺼번에 고사하고 있다."고 했다.

소나무 에이즈라 불리는 '재선충'에 이어 '소나무 피목 가지마름병'이 대구 온 산을 휩쓸고 있다.

대구시와 각 구·군청은 대구에서 이 병이 집단적으로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대구 전역에서 이미 수천 그루의 소나무가 감염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달 현재 가지마름병 발생 지역은 달서구의 학산과 산필산을 비롯, ▷북구 동변동 가람산 ▷북대구 IC 및 매천대교 야산 ▷달성군 다사읍 계명대 뒷편 궁산 ▷강창교 일대 야산 등지다.

지난 달 가지마름병 실태 조사에 돌입한 대구시 요청에 따라 달성군 다사읍 일대 한 능선에서 가지마름병을 처음 확인한 경북산림환경연구소 손성길 연구원은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까만 돌기 형태의 가지마름병 균사체를 발견했다."며 "이 병이 확산된 직접적 원인은 이상기온"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6월부터 9월까지 대구 여름 강수량은 642.7mm로 2004년(944.9mm)에 비해 47.2%나 줄었다. 이상 건조가 찾아왔던 것.

뒤이어 '뒤죽박죽 겨울날씨'가 나타났다. 지난 해 12월 대구 일평균기온은 -0.3℃로 2004년 12월(4.8℃)에 비해 5.1℃나 내려갔지만 올 1월 일평균기온은 2.6℃로 지난 해(0.7℃)보다 오히려 1.9℃ 올라갔다. 또 올 4월 일평균기온(13.4℃)은 지난해(16℃)보다 2.6℃ 내려가면서 다시 저온 현상을 보였다.

가지마름병은 특별한 방제책이 없다. 재선충처럼 가지나 나무 전체를 잘라 태우는 방법 뿐.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시내 8개 구·군청 산림 병충해 담당은 단 1명 뿐으로 재선충 방제에도 버거운 실정이라 도대체 몇그루나 가지마름병을 앓고 있는지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지난 달부터 가지마름병 부분 소각 작업에 돌입했지만 완전 차단은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국립산림과학연구원 김경희 수병 연구관은 "피목 가지마름병은 방치할 경우, 일대 소나무 전체가 말라 죽는 무서운 병으로 이를 막을 근본 대책은 들이나 논을 솎아주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나무들의 생육 환경을 관리해주는 예방 시스템 도입 뿐"이라고 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피목가지마름병(皮目枝枯病, Cenangium twig blight of pines)= 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 소나무류의 어린 나무와 장령목에 나타나는 병. 이상건조 등으로 나무가 쇠약해졌을 때 잘 발생한다. 잎이 수분을 잃고 누렇게 바래다가 적갈색으로 말라죽고 나무 끝부분에서 시작해 점점 어린가지, 가지, 어린줄기, 뿌리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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