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밤이 시끄럽다. 각종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야외가 한창 물을 만났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바쁜 직장인들까지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변해가고 있다. 이들 직장인들 대부분은 회사 일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야외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 이를 반영하듯 '야외(Outdoor)'와 '도시(Metro)'를 합성한 '아우트로족'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20일 오후 7시 두류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 해가 뉘엿뉘엿 저물자 이곳은 인라인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신나는 댄스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모두들 제 실력을 뽐내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김진영(36·대구시 달서구 송현1동) 씨는 "요즘 오후 8시 이후면 이곳 인라인스케이트장은 바글바글거린다."고 전했다.
이맘때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 차유광(43·대구시 북구 태전동)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인라인을 탄 지 2년 되었다는 차 씨는 일을 마치기 무섭게 이곳으로 향한다. 물론 옷이나 장비는 항상 자동차에 대기시켜 놓고 있다. 가끔은 갈아입기가 귀찮아 출근할 때도 상의를 아예 '쿨맥스' 소재의 옷으로 차려입고 다닌다. 차 씨는 "선선한 저녁 무렵에 야외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인라인만한 게 없다."고 자랑했다. 귀에 MP3플레이어를 꽂고 마음껏 인라인을 타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삶의 활력소가 된다는 것. 차 씨는 "인라인을 타면서 무릎이나 허리도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또 다른 직장인 홍주석(31·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씨도 보통 오후 8시에 일을 마치면 곧바로 이곳으로 향한다. 1년 8개월의 경력을 가진 홍 씨는 주말에는 가끔 가족들을 데리고 와 인라인을 즐기기도 한다. 홍 씨는 "운동을 하다 보면 피곤하긴 하지만 퇴근 후 집으로 직행하면 오히려 답답하다."고 했다. 저녁식사는 회사에서 해결하거나 공원에 와서 시켜먹는다. 홍 씨는 "보통 자정까지 인라인을 타는데 이맘때인 6, 7월이 가장 붐빈다."고 했다.
대구시 북구 동변동을 지나 팔공산 쪽으로 가다가 만나는 연경 도약대. 이곳은 암벽등반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오후 7시가 되자 벌써부터 수십 명의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다. 2인1조가 되어 암벽을 오르는가 하면 한쪽에선 뒤늦게 도시락을 챙겨 먹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박욱현(39·대구시 북구 서변동) 씨는 20여 년 경력을 가진 암벽등반 베테랑. 박 씨는 "2, 3년 전부터 암벽등반이 붐을 타면서 이곳도 사람들로 북적거린다."고 전했다. 박 씨는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근육을 쓰는 거라 처음에는 힘이 들지만 자꾸 하다 보면 성취감도 느끼고 스릴도 있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곳엔 남자들 못지않게 여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어린이집 교사인 최미경(45·여·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씨는 웬만한 남자 못지않은 근육을 자랑하며 단연 돋보인다. 1년 경력을 가진 최 씨는 "꼭대기에 올라서면 정말 뿌듯해서 다음날까지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웃음을 보였다. 암벽등반 후 급했던 성격도 많이 차분해졌다. 그러면서 온몸에 나있는 멍 자국을 영광의 상처라고 힐끗 보여준다. 보통 오후 6시에 직장에서 옷을 갈아입고 곧장 이곳으로 오면 오후 10시까지 클라이밍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어둠이 짙게 깔리자 이곳 주변은 더욱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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