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학군 조정 문제가 자주 이슈가 되고 있다. 고교 선택권을 확대해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든가,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고교 학군을 광역화한다든가 하는 논의가 몇 개월마다 불쑥불쑥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시 교육청이 '고교 선택권 확대 방안 탐색을 위한 공청회를 언론을 떠들썩하게 수놓았다. 논란이 분분한 주제다. 구체적인 방안에 대한 찬반은 물론 학군 조정 자체에 대한 찬반까지 중구난방이다. 어찌 보면 이 문제는 지방 학생들과 무관한 듯하지만 그 속에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 부동산 가격과 교육의 연관성 등 심각한 토론 주제를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공부가 필요하다. 논술이나 구술면접 시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논란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미리 마련해두는 것도 요구된다.
▶학군 조정 논의의 출발점
교육계 인사든 정치인이든 학군 조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면 먼저 경제논리와는 엄격한 선을 그은 뒤 시작해야 뭇매를 피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재 분위기다. 교육부총리가 학군 광역화를 통해 강남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집중 비난을 받고 원론 수준의 얘기였다고 하루만에 번복한 상황만 봐도 그렇다. 대부분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학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거나,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거나, 교육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라는 등의 논리를 편다.
대부분 일리가 있지만 이런 주장도 한번쯤 귀기울여보면 어떨까. '부동산 시장에선 대출과 교육 정책이 부동산 문제에 특효일 것이란 주장이 나온 지 오래다. 실제로 같은 동네에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가격이 1억~2억 원씩 차이가 나는 일은 흔하다. 학원가에 가깝거나 좋은 학교를 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이나 목동 등으로 이사 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현장에선 "○○아파트에서는 ○○초등학교를 갈 수 있다." "○○중학교에 가야 특목고를 간다."는 등의 주장이 부동산 매매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교육이 마치 대중교통이나 주차장, 건축 마감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군 광역화를 비롯한 학교 선택권, 나아가서는 평준화 논란, 입시 등 교육제도 전반을 부동산 가격 문제와 함께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신문 칼럼)
▶고교 평준화 보완책
학군 조정 논란은 일정하게 선을 그은 학군 내에서 고교 입학 대상자를 강제 배정하는 고교 평준화의 부작용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됐다. 서울의 11개 학군 가운데 강남 8학군의 학력이 여타 지역에 비해 크게 높은데다 명문대 진학에서도 초강세를 보여 양극화를 나타내는 현실은 평준화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는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대전 등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전제로 한 학군 조정 방안은 이를 다소나마 완화해 보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를 찬성하는 논리는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한다. '학생의 학교 만족도를 높이고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면 결국에는 학교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 확실하다.…학생, 학부모가 선호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해져 공교육 수준이 높아졌다고 한다. 학부모, 학생이 자연스럽게 학교를 평가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진 결과가 아니겠는가.'(신문 사설)
그러나 반대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불평등을 우려한다. '세계적인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강남 학교를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강남 주택의 수요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학력이 뒤지는 학교를 꺼리는 현상이 심화돼 강북 학교 공동화가 우려된다. 학생 통학에 따른 교통난도 무시할 수 없다.'(신문 사설)
여기에 이어지는 논의는 고교 평준화의 문제점이나 교육 양극화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반대 입장에서는 상향 평준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간 교육 격차는 해당 지역의 교육 여건과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사명감 높은 우수 교원들을 집중 배치하는 것으로 해결해야 한다. 학군제와 학생 배정 방식을 바꿔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분명 편법이다. 초·중등 단계의 학생들은 여전히 거주지 기준 최인근 학교 배정 방식을 원칙으로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신문 칼럼)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옳으나 현실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한 걸음씩 엇나간 주장들이 설득력을 얻기도 한다. '해결책은 사실 간단하다. 강남에 좋은 학교가 많아서 학생이 몰리고 아파트값이 뛰는 것이라면 강북에도 강남만큼, 아니면 강남보다 더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면 되는 것이다.…이 기회에 강북 뉴타운들에 자립형사립고도 좋고 과학고·국제고·혁신고도 좋으니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다.'(신문 사설) '학군 과역화는 먼저 원거리 통학에 따른 문제가 있다. 고교 추첨제를 한 취지와 맞지 않는다. 광역학군이라는 편법이나 꼼수보다는 고교시험을 부활시키는 정도를 걷는 게 낫지 않을까.'(신문 칼럼)
▶학력 격차의 원인은
학군 논란과 관련해 보면 조금씩 드러나는 해묵은 문제가 조금씩 드러난다. 학교 간 학력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하는 문제다. 단적으로 말해 강남의 학교가 좋아서인가, 교사가 뛰어나서인가, 학생의 자질이 좋아서인가, 학부모의 열성이 높아서인가다.
학부모의 차이가 먼저 부각된다. '강남학군의 유명세는 학교 환경이 좋아서만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교육문화에 대한 강남학군 학부모의 속성이 달라서였다. 강남학군과 다른 학군간의 실력차이는 학교 교육의 차이가 아니라 기대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구별되고 싶은 학부모들의 사회심리적인 정서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다.'(신문 칼럼) 학생 덕을 본다는 이야기도 많다. '명문고에서 서울대 합격생을 많이 낸 것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잘 가르쳤다기보다는 우수한 학생들이 명문고에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신문 칼럼)
그러나 대개의 서민 학부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주장도 없는 건 아니다. '이미 강남학군은 신입생 부족으로 인근 강동과 동작학군에서 배정 학생 수를 보조받고 있다. 학군보다 학생과 선생님에서 소위 명문고의 힘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설령 위치가 강북이라도 선생님과 학생들이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학교도 많다. 북부학군 중계동 대진고와 서라벌고, 강서학군이 좋은 사례다.'(신문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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