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스라엘,팔 정부요인 10여명 무더기 연행

'피랍 兵士 구출 작전' 명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납치된 자국 병사의 석방을 요구하며 하마스 내각의 부총리와 장관, 의원들을 대거 연행하는 가 하면 가자지구 남부에 이어 북부에도 탱크를 진입시키는 등 대(對) 팔레스타인 공격의 강도와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지금까지 나세르 샤에르 부총리와 모하메드 바고티 노동장관을 포함해 10여명의 하마스 내각 각료와 의원 4명을 연행했으며 시리아에 망명 중인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인 칼리트 마샤알(50)이 테러행위를 지휘하고 있다고 보고 그에 대한 암살 공격 가능성까지 흘리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관리들은 전날 밤 이스라엘 군인 10여명이 넘는 하마스 각료들과 의원들을 연행해 갔다고 29일 확인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측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7일 밤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의 유일한 발전소에 9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전파하고 다리 3곳을 파괴한 뒤 28일 새벽 무장 헬리콥터와 탱크를 앞세운 지상군을 가자지구에 대거 진격시켰다.

이어 이날 새벽에도 하마스의 무기 창고로 알려진 가자지구 남부의 칸 요니스 근처의 창고에 로켓탄을 발사해 파괴했다. 이스라엘 군은 특히 팔레스타인 무장 요원들에게 납치된 길라드 샬리트(19) 상병이 억류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라파 지역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샬리트 상병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을 막기위해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 남부 지역 교량과 도로들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5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요원들이 가자지구에 인접한 초소를공격해 자국군 병사 2명을 살해하고 샬리트 상병을 인질로 납치하자 그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38년간 점령했다가 지난 해 철수했던 가자지구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외국의 원조와 농업이 주요 산업인 팔레스타인은 의식주와 의료 등의 거의 모든 기능이 마비되는 등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특히 공격이 집중된 가자지구는 40∼50%의 전력을 공급해오던 발전소가 파괴되자 전력난으로 인해 암흑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으며 식수와 식료품 공급 중단 위기로 치닫고 있다. 세명의 자녀를 둔 23세의 한 주부는 "비축한 식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식량난을 호소했다.

팔레스타인의 정보부는 공습으로 수도관이 파괴돼 시민들의 삶이 위협받고 있으며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BBC는 가자지구 거주민의 절반가량이 전기없이 생활하고 있고 펌프 가동중단으로 식수조차 끌어올릴 수 없는 상황이며 이스라엘 군의 공습이 지속되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의 한 주민은 "전기가 없어 TV 시청이 불가능하며 전지를 이용해 라디오를 듣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격이 예정돼 있어 집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밤이 되면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인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는 너비 9∼12㎞, 길이 40㎞에 불과한 지역에 150만명이 생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은 샬리트 상병 석방 조건으로 이스라엘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여성과 미성년자들을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 집권세력인 하마스와 전 집권당인 파타가 2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28일 하마스 지도부는 이스라엘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스라엘의 공격 직후 이집트와 프랑스가 중재에 나섰으나 오히려 공격의 강도가 높아지고 범위가 확대되면서 무산됐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팔레스타인 측에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를 석방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스라엘과 시리아측에게는 자칫 내전으로 치닫는 상황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무르 무사 아랍 연맹(AL) 사무총장은 28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 해결을 위해 미국이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정직한 중재자'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난 주말 팔레스타인 무장반군에 의해 납치됐던 이스라엘 주민의 사체가 서안지구의 라말라에서 발견됐으며, 이 주민은 무장반군에 의해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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