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수천만 번 불렀는데도 한 번도 끝까지 불러보지 못한 노래가 있다면 믿을 수 있겠니? 아마 있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6·25 전쟁으로 가족이 흩어진 뒤에 다시는 만날 수 없었으니…. 어떤 노래냐고? 왜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자주 나왔으니 너도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른들이 즐겨 부르는 '비내리는 고모령'이라는 노래이지.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 오던 그 날 밤이 그리웁고나
이 노래를 왜 끝까지 부르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여기에는 매우 슬픈 사연이 서려있단다.
6·25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에 공부를 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 한 청년이 있었지. 이 청년은 서울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단다.
고향을 떠나올 때에 어머니는 이 청년의 손을 잡고 부디 몸 건강히 공부 잘하고 오라고 부탁을 하였지. 청년은 쌀자루를 걸머진 채 이른 새벽 어머니의 손을 놓고 고개를 넘어와 서울에 닿았지. 그리고는 얼마 있지 않아 전쟁이 터지고 말았단다.
'아니, 이럴 수가! 어머니를 찾아가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남쪽으로 피난을 가는데 이 청년은 도리어 북쪽으로 길을 잡았지. 그러나 전쟁통이라 길이 막혀 올라갈 수가 없었단다.
'아, 지척에 두고도 갈 수 없구나!'
청년은 전쟁이 끝나도 갈 수 없었지. 휴전선이 생기고 철조망이 쳐졌기 때문이었지.
그리하여 이 청년은 지금까지도 어머니를 만나기는커녕 고향에조차 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단다. 그 사이 세월은 흘러 청년은 그만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노인이 되고 말았고….
노인이 된 이 청년은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항상 이 노래를 입에 달게 되었단다. 그러나 이 노인은 그 동안 수천만 번도 넘게 이 노래를 불렀는데 단 한 번도 끝까지 부르지는 못했다는 구나.
왜 그러냐고? 시작 부분인 '어머니의 손을 놓고'까지만 부르는데도 벌써 가슴이 북받쳐 오르고 눈물이 앞을 가려 도저히 끝까지 부를 수가 없었다는 것이지. 시작은 했지만 울먹거리다 보니 도저히 노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야. 그리하여 노인의 노래는 늘 울부짖는 것으로 끝이 났대.
그러니 수천 만 번을 부른들 어떻게 끝까지 부를 수가 있겠니?
이 슬픈 이야기는 모두 끔찍한 전쟁을 치른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란다.
전쟁의 상처는 이처럼 가슴에 남아 우리들을 슬프게 하는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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