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까지만 해도 직장 여성들 중엔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는 예가 많았다. 여자는 결혼하면 살림을 잘 사는 게 최고의 미덕이라는 관념이 뿌리박혀 있었던 탓이다. 한 사람 수입만으로는 살기 빠듯한 형편일망정 "사내 대장부가 아내더러 돈 벌어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호기를 부리는 식이었다. 그런 사회분위기에 길들여진 여성들도 '알아서' 다소곳이 가정으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여성의 고학력화와 활발한 사회 진출은 이후 우리 사회 가정의 지도를 빠르게 바꿔 놓고 있다. 여성들은 "결혼은 선택, 취업은 필수"를 金科玉條(금과옥조)처럼 내세우고, 남성들도 "얼굴 못생긴 건 용서해도 직업 없는 건 용서 못한다"는 우스개가 나올 만큼 가치관이 바뀌었다. 포털사이트 MSN의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7%가 "용모는 떨어져도 돈 많고 능력 있는 여자가 좋다", 69%는 "결혼 후에도 여자가 계속 직장 생활을 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대다수 남성들이 결혼 대상자로 맞벌이 여성을 선호하면서도 일하는 아내에 대한 배려는 도외시하는 것이 작금의 세태다. 12일 통계청의 '기혼가구 특성별 가사 분담 형태'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에서 아내가 집안일과 육아를 전담하는 비율이 남편과 분담하는 비율보다 무려 8배나 높다.
○…맞벌이 가정에서 아내 쪽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는 소위 '현대판 家父長型(가부장형)' 가정이 전체 기혼 가구의 33.6%, 남편이 돈 벌고 아내는 집안을 맡는 '전통형'가정은 38.6%로 집계됐다. 반면 부부가 가사와 육아를 반반씩 분담하는 '민주형' 가정은 4.2%, 남편이 이를 전담하는 세칭 '여왕형' 가정은 0.6%로 나타났다.
○…최근 濠州(호주)의 빅토리아 대학 연구팀은 "남자도 집안일을 하면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남녀의 시간 보내기 방법 연구에서 여자는 자질구레한 집안일 등으로 언제나 바쁘지만 남자는 여가 때 권태나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이는 사망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의 레오니 블룸필드 박사는 "남자들이 여가 시간의 일부라도 집안 일과 육아에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몬도가네식 몸 보신도 마다하지 않는 한국 남성들, 돈 한 푼 안 드는 長壽(장수) 비결을 어떻게 여길지….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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