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설노조원들 포스코 점거 5일째 '이모저모'

○···포항지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사태로 포항에 도시락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시위 진압에 참가한 경찰 등 포스코 본사 주위에 하루 약 2만 5천여 개 이상의 도시락이 필요하나 포항의 도시락 제조업체는 5개뿐이어서 필요량을 제때 공급하기 어려운 상태. 이에 따라 개당 4천 원인 도시락이 대구 등지에서 공수되고 있다. 또 도시락이 경찰 등 포스코 쪽으로 집중돼 도시락 주문이 거의 불가능하자 대형소매점과 소형 편의점 등지에서 판매하는 도시락도 불티가 나고 있다.

한편 포스코 본사 점거 후 귀가를 못해 3개의 도시락만으로 하루를 때우고 있는 경찰관들은 변비 등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한 경찰관은 "옷을 못 갈아 입는 것은 참을만 한데 하루 도시락 3개는 정말 고통스럽다."고 했다. 포항의 모 도시락 업체는 "포항에서 단시일내에 도시락이 이처럼 많이 팔리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본사 사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포항지역 건설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노동계도 힘을 모으고 있다. 전국에서 원정시위대가 속속 모여들고 민주노총은 본부차원의 대규모 지원집회도 준비하고 있다.

민주노총건설산업연맹은 16일 오후 형산로터리에서 '건설노동자 승리결의대회'를 열어 포스코 본사에서 농성중인 포항지역 건설노조에 힘을 보탰다. 2천여 명이 참가한 이 집회에는 울산, 광양 등지서 온 원정시위대와 타지역 건설노조 집행부, 금속노조 조합원들도 다수 가세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파업사태가 끝날때까지 매일 한차례씩 시내 곳곳을 돌며 지지집회를 열고 오는 19일 영남노동자대회와 25일 전국노동자대회를 포항에서 각각 열기로 했다.

황우찬 민주노총 포항시협의회 의장은 "민주노총이 낸 집회허가를 경찰이 특별한 사유없이 불허하는 등 노조를 탄압하고 있어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원들의 점거농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농성장을 빠져 나오는 노조원들이 늘어나고 있어 내부동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17일 오전 현재까지 134명의 노조원이 농성장을 빠져 나왔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다수는 고령자이거나 응급환자들로 경찰에서 각서를 작성한 뒤 귀가하거나 곧 바로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또 젊은 노조원들의 탈출 과정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건설, 기계, 전기 등의 노조원들로 건물 구조를 잘 알고 있어 경찰이 전혀 짐작하지 못하는 통로로 탈출하고 있다.

한 노조원은 17일 0시쯤 5층에서 1층까지 화장실 배관을 타고 미끄러지듯 내려와 경찰에 자진신고했으며 앞서 15일 밤에도 노조원들이 4층 화장실쪽 외부 배관을 타고 3층으로 내려왔다. 이들은 농성장의 유일한 통로인 계단이 통제되자 주로 건물내 닥트 배관설비를 탈출로로 이용하고 있다. 경찰은 스스로 투항하는 노조원들의 경우 최대한 선처를 할 예정이어서 이탈 노조원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농성장에서 노조원끼리 갈등이 있다는 이탈자들의 진술이 나오고 있다."며 "시간이 갈수록 이탈 인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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