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산에 오르다 보면 어김없이 겪게 되는 일. "아빠, 저건 무슨 나무야?", "이 나무는 몇 살쯤 된 거야?", "저 나뭇잎은 모양이 왜 저래?"
나무를 보는 아이들의 눈은 연방 질문을 쏟아낸다. 꼬리를 무는 질문들 가운데 한둘은 아는 체하고, 한둘은 얼버무려 보지만 종래에는 한 가지 답으로 마무리하고 만다. "다음에 산에 올 때는 식물도감을 들고 오자꾸나."
아이들에게 책을 권할 때는 어른들이 먼저 읽어보는 게 좋지만 '옛이야기를 품은 나무'는 읽은 뒤 한참은 숨겨둬도 좋을 것 같다. 그 사이 한두 번은 산에 가더라도 말문이 막히지 않을 것이다. 굳이 산이 아니라도 거리에서, 학교 운동장에서 흔히 보이는 나무들 밑에서 아이들에게 나무의 생태며, 쓰임새며, 얽힌 옛이야기까지 실컷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제 아빠가 저렇게 나무 박사가 됐지?' 하며 놀랄 때 어깨 한번 으쓱하고는 책을 내밀어 보자.
책은 겨우 열두 종의 나무만 다루고 있을 뿐이지만 그 정도로 충분해 보인다. 소나무, 대나무, 은행나무, 뽕나무, 버드나무 등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에 담긴 이야기들만 해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우기에 넉넉하다.
'정말 없어요! 식물도감을 찾아보세요. 다른 나무들은 다 나와도 참나무는 나와 있지 않을 거예요.' 하며 술술 넘어가는 일곱 쪽의 이야기들은 어떤 식물도감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읽다 보면 우리 조상이 나무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나무와 얼마나 가까이 살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나무와 함께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무의 모양과 잎의 생김새, 열매의 효능에 이르기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자세히 소개된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식물도감이나 백과사전의 매끈한 사진과 빽빽한 글씨보다 한결 정감 있다.
다가오는 휴일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에 가 보자. 디지털 카메라, 휴대전화 카메라는 집에 두고 스케치북이나 공책 한 권에 크레파스 들고 나서자. 뿌리에서부터 가지 끝에 매달린 잎 하나까지 제대로 보려면 그리기가 제격이다. 나무의 기상과 정기를 느끼는 데도 그만한 일은 없다. 그 아래에서 이 책을 읽으며 옛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날 수 있다면 더욱 즐거운 하루가 될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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