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만한 상태서 습득한 지식 기억 힘들어

바쁘게 일하는 사람은 전날 무슨 일을 했는지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6일 보도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과 부교수인 러셀 폴드랙 연구팀은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여러 일을 동시에 해 산만한 상태에서 인지하는 지식은 나중에 기억하기 어렵게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25년간의 연구를 통해 인간의 두뇌는 예컨대 아침식사로 어떤 음식을 먹었는 지와 같은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 이른바 '진술기억'(declarative memory) 시스템과 테니스 치는 방법이나 수학문제를 푸는 방법과 같은 것을 기억해 내는 '진행기억'(procedural memory)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폴드랙 교수팀은 이러한 두 시스템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증명하기 위해 산만한 상태에 있는 사람이 진술기억 시스템보다는 진행기억 시스템에 어떻게 더 의존하는 지를 살펴봤다.

연구팀은 14명의 실험 대상자들에게 여러 모양이 그려져 있는 카드들을 제시한 뒤 두 범주로 분류해 줄 것을 주문했다. 대상자들에게 처음엔 카드 정리만 하게 하고, 다음에는 다른 일을 하면서 카드 정리를 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MRI) 스캔을 실시해 두뇌기능을 관찰했다.

그 결과 산만하지 않은 상태에서 습득하는 지식은 진술기억 시스템이 관여하고, 산만한 상태에서 인지하는 지식은 진행기억 시스템에 더 의존한다는 사실을 파악해냈다.

연구팀은 다른 일을 하면서 어떤 지식을 인지할 때는 두뇌의 인지방법을 바꾸게 된다면서 그러나 이때 인지하는 지식은 "덜 융통적"(less flexible)이어서 인지 당시의 특정 상황에 얽매여 결국 상황이 바뀌면 해당 지식을 기억해 내기 힘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탠퍼드대 심리학 및 신경과학과 조교수인 앤터니 왜그너는 이번 연구결과는 "진술기억이 산만한 상태에 의해 방해받는다는 가설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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