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농촌학교가 살아난다…졸업생들 운영비 지원 등 적극 동참

교사들 방과 후 직접 정착돕기나서

시골의 초교들이 원어민을 초빙한 외국어 교육과 국제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국문화교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용, 농촌사회의 중심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농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소규모 학교로 전락, 폐교 등의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동창생 등 졸업생과 교사들이 이같은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 농촌학교 살리기로 이어지고 있다.

상주 이안면 이안초교 학생들은 요즘 월·화요일 이틀간 방과후 2시간씩 졸업생 선배들의 도움으로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그동안 원어민 선생님에게 공부하는 일은 시골학교에서는 엄두를 못냈던 터라 아이들에겐 더 없이 즐거운 시간이다.

지난 2월에 이안초교 출신 선배 60여 명이 '이안초교 사랑회'를 구성, 후배들의 학습향상에 보탬을 주면서 원어민 강사를 초빙할 수 있게 된 것. 사랑회는 영어강사 수당 80만 원과 1학년 후배들의 급식비 35만 원 등으로 매월 115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선배들의 사랑으로 이 학교 아이들은 국제결혼을 통해 상주로 이주해 온 필리핀 출신의 로엔나 앤카트바겐(36) 씨로 부터 정확한 발음과 영어로 묻고 답하기 등을 하면서 영어 익히기에 푹 빠져 있다.

이 학교 선배들의 모교사랑으로 시작된 원어민 강사 영어교실 운영은 농촌학교 활성화와 농촌학교 살리기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또 상주 모서면 모서초교 화산분교는 지난 5일 부터 매주 수요일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문화교실'을 운영한다. 농촌지역에 외국여성들이 점차 늘면서 가정과 학교 등 에서의 문화적 충돌을 없애고 이들의 원만한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마련한 것.

특히 한국문화교실은 교사들이 직접 나서 방과 후 태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시집온 15명의 외국인 여성들에게 우리 말과 문화를 가르치면서 이들의 정착을 돕고 있다.

모서초교 화산분교 장화순 교장은 "요즘 농촌 학교에서 엄마가 외국인 여성인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엄마에 대한 문화교실을 통해 아이들과의 문화충돌을 없애고 화목한 가정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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