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로구나. 설 립(立), 가을 추(秋)이지. 옛 사람들은 오늘부터 입동(立冬)까지 석 달간을 가을이라고 했단다.
사람이 매우 많이 모였을 경우를 가리켜 '입추의 여지도 없다.'라고 하는데 이 때의 입추(立錐)는 세울 립(立), 송곳 추(錐)로서 '송곳도 세울 곳이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라는 뜻이란다.
입추가 지나면 벼가 무르익게 되지. 그런데 가을에도 더러 비가 내려 걱정이 될 때가 있단다. 그래서 옛날에는 입추가 지났는데도 비가 내리면 비를 멎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단다. 기우제(祈雨祭)의 반대말이지. 이 제사를 지내는 동안 모든 사람들은 물을 써서는 안 되고 또 소변을 보아서도 안되었단다. 소변도 비 내리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때문이지. 또한 붉은 깃발을 꽂고 붉은 옷을 입고 제사를 지냈는데 이것은 남쪽의 태양을 상징하는 색깔이었기 때문이란다. 어서 빨리 태양이 솟아 비를 멈추어 달라는 바램이 들어있지.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무슨 일에나 깊은 생각을 담았단다.
가을비라고 하니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구나.
고려시대 전라도 광산 땅에 이서방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단다. 이서방은 비가 마구 쏟아지는 날, 논밭이 떠내려갈까 봐 들판으로 나갔다가 개미집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았단다.
개미들은 썩은 나무 등걸에 집을 짓고 있었는데 물이 들자 어쩔 줄 모르고 모두 밖으로 기어 나와 있었지. 그러나 물 때문에 등걸 밖으로는 나갈 수는 없었단다.
"저런! 가엾기도 하지. 저것도 다 목숨이 있는 것인데……."
이서방은 냇물을 따라 달려가면서 간신히 개미집을 건졌단다. 그리고는 무거운 개미집을 짊어지고 끙끙거리며 뒷산으로 가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지.
이윽고 며칠이 지나고 날이 맑게 개었단다. 그러나 마을 농토는 모두 물에 잠겨 곡식은 하나도 건질 수 없었단다. 모두들 크게 걱정을 하였지.
이서방네도 곡식이 떨어졌단다. 그런데 아침이 되자 이서방의 아내가 마당에 나갔다가 놀라서 소리쳤대.
"여보, 마당에 쌀이 있어요."
이서방도 놀라서 밖으로 달려나왔지.
마당에는 쌀알이 하얗게 뿌려져 있었단다. 쓸어모았더니 한 되나 되었지. 하루 양식으로 쓰고도 조금 남을 정도였단다.
'거참 이상하다.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그런데 쌀은 이튿날도 그 이튿날도 또 마당에 놓여져 있었단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서방은 밤새도록 자지 않고 밖을 내다보았지. 아무도 다녀가지 않았는데 이튿날이 되면 어김없이 쌀이 놓여져 있었지.
얘야, 너는 누가 가져다 놓았을 것 같니. 그래, 개미들이 한 알씩 물어다 이서방네 마당에 갖다놓았단다.
이 서방은 그 쌀을 다 먹지 않고 아껴서 저수지를 쌓는데 내놓았단다. 그 저수지 덕분에 마을에서는 물난리를 적게 겪게 되었지.
그럼 개미들은 그 쌀을 어디에서 물고 왔을까? 그 무렵 건넛마을 놀부네 집에서는 이상하게도 쌀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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