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작통권) 환수 문제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달 초 역대 국방장관이 현 국방장관을 만나 작통권 환수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불거진 논란은 대통령이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환수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친 공방으로 이어져 하반기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문제지만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다,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배경에서부터 향후 추이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작통권의 의미와 논란의 배경
작전통제권은 작전계획이나 명령에 따른 특정한 임무나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휘관에게 위임된 권한이다. 전시 작전통제권은 말 그대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평시에 우리 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지난 94년 환수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방어준비태세(데프콘·DEFCON)가 평상시의 '데프콘Ⅳ'에서 '데프콘Ⅲ'로 높아지면 작통권이 한미연합사령관인 주한미군사령관에게 넘어가도록 되어 있다. '데프콘Ⅲ'은 보통 적국에서 대규모 부대 이동, 전시 비축물자 방출 등 전면전이 일어날 징후가 높아질 때 발령된다. 국지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났다고 반드시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전시 작통권 환수 문제는 군사적인 사안으로 군사적 시각에서 판단해야 할 일이다. 환수에 찬성하는 쪽은 물론 반대하는 쪽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서로가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활용하고 있다며 비난을 주고받는 게 최근의 상황이다.
▨ 환수 반대 또는 논의를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
전 국방장관과 군 원로들은 정부의 전시 작통권 환수 추진에 대해 항의하는 성명을 냈다. 요지는 세 가지 정도다. 첫째, 전시 작통권을 한국이 단독 행사하게 되면 주한 미군은 철수하게 되고, 한미연합군사령부는 해체돼 안보동맹이 뿌리째 흔들린다. 둘째,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 한반도 위기감이 고조되는데 대통령은 반미·자주로 나가고 있다. 셋째, 자주국방에는 막대한 예산과 긴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다.
브루스 벡톨 미국 해병대 참모대학 교수는 한 신문 기고에서 이렇게 되물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첫째, 현재의 한국군이 독자적 전시 작통권을 행사한다면 유사시 양국군은 합동 작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가. 양국군은 유사시 전쟁을 합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시간과 돈이 든다. 둘째, 독자적 전시 작통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훈련과 계획과 교육이 필요하다. 한국군이 과연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한국군이 전시 작통권을 단독 행사하겠다고 했는데, 뭘 할 것이고, 전시에는 군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또 언제쯤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전시에 독자적 작통권을 행사할 것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한국군은 이 같은 질문에 단 하나도 대답하지 못하고 있다.'
예산 문제는 사실상 심각하다. '전시 작통권의 단독행사가 머지않아 가능해질 것으로 보는 근거 는 국방중기계획이다. 하지만 그 계획에 소요될 총 150조7000여억 원이라는 재원의 염출방안부터 아득하다. 국방예산의 연평균 증가율 9.9%를 누가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신문 사설)
대통령이 워낙 모른다며 정서에 호소하는 주장도 있는데 설득력은 떨어져 보인다. '여든과 아흔을 바라보는 전직 국방장관들과 創軍창군 원로들이 11일 낡은 군복을 꺼내 입고 땡볕 길거리에 나서 작전권 환수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겠다고 한다. 대통령도 이날만은 거리에 나와 자신의 출생을 지켜 주고, 성장기를 지켜 주었던 대한민국 元老원로들의 얼굴을 뵙고 그분들의 말씀을 한 번은 들어야 한다. 그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예의다.'(신문 사설)
▨ 환수는 당연한 일로 준비하면 된다는 입장
우선 작통권 환수 문제가 오래 전부터 논의돼 온 일로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의 정치적 의도와는 무관하다는 주장부터 내놓는다. 실제로 작통권 환수는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았으며 김영삼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이에 따라 1994년 평시 작통권을 돌려받았고, 전시 작통권 환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추진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보면 현재의 환수 추진을 비판하는 일부 언론이나 전 국방장관 등은 다소 곤혹스러울 듯하다. 몇몇 신문의 경우 평시 작통권 환수 때 사설을 통해 '평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우리 군이 자주적인 국방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전시 작전통제권까지 환수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라거나 '한·미 동맹 체제를 확고히 유지하면서 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도 회복하여 국군 주도의 방위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정부와 군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12년 전의 일이다.
전 국방장관들의 경우 1990년대에 공개석상에서 '미국 주도의 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조도체제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거나 '전시 작통권은 1996~2000년 사이에 이양 받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환수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오히려 반대론의 정치적 의도를 비판하고 있다. '여야, 보수·진보를 떠나 차분하게 따져봐야 할 작전권 환수라는 안보문제가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노무현 정부가 또 무모한 도박을 한다는 정도의 인식만 펴져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전권 환수→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붕괴→안보위기의 비현실적인 시나리오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유포되고 있다.'(신문 사설)
준비가 부족하다거나 무리한 추진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아직 여유가 있으므로 국제정세 속에서 차분히 대비하면 된다는 반론을 제시한다. '예정대로라면 전시작통권 환수는 3년이나 6년 후쯤의 일이다. 두려워하거나 회피할 성질이 아니다. 이 기간 동안 환수 시 우리가 갖춰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꼼꼼히 점검하는 것이 시급하다. 전시 종합 작전 능력을 배양하고, 스스로 대북 군사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자주정보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동북아 국제질서의 급변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체계도 확보해야 한다. 이제 전시작전통제권 문제를 냉전적 사고로 접근하기에는 엄청난 내외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국정브리핑 칼럼)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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