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그 후의 풍경
신태윤
장마 지나고
어느 집에선가 내다 버린 참외 서너 알,
주인 잃은 개가 전봇대 아래 쪼그리고 앉아
참외를 핥고 있다
껍질에 묻어있는 거뭇거뭇한 반점들
그 농한 자리가 개의 혓속으로
허옇게 베어져 온다
이리 저리 돌려 깨물어 보지만
달콤한 부분은 이미 얼마 남지 않았다
개의 한 생이 어디,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말이지
전봇대가 완장처럼 두르고 있는
-위험- 표지판 아래서
부실한 이빨에 달라붙은 낡고 검은 거죽들이
흘러내리는 달디 단, 그 맛을
안간힘으로 핥고 있다.
장마가 지나고 난 풍경은 처참하다. 모든 것이 쓰레기다. 들판에는 허망함이 햇살처럼 퍼져 있다. 복구 작업의 시작은 버리는 일이다. 개까지도 버려져 '주인 잃은 개'가 된다. 버려진 개, 누군가 '내다 버린 참외 서너 알'을 핥고 있다.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개의 한 생이 어디, / 골라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극적 풍경이다. 그 개는 '-위험- 표지판 아래서' 목숨을 걸고 '흘러내리는 달디 단, 그 맛을/ 안간힘으로 핥고 있'어, 비극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땅의 상처, 그 아픔을 건너 달콤한 수확의 가을을 맞으리.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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