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구청 지방세 체납 담당자는 주정차 위반에 따른 과태료를 내지 않은 서모(45) 씨에게 납부 독촉장을 보내려고 서류를 확인하다 깜짝 놀랐다.
'주정차 위반 딱지만 모두 88건.' 3년동안 적발된 건수이니 거의 열흘에 한번꼴로 도로가에 불법 주정차를 한 셈. 게다가 딱지는 대구 뿐 아니라 전남 화순군과 대전시 유성구 등 전국 곳곳에서 떼인 것이었다.
담당 공무원은 "불법 주정차 딱지를 끊겼지만 과태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상습 체납자가 대체로 10명 중 6명은 된다."며 "서 씨처럼 3년동안 체납한 경우 이들에게 보낸 납부고지서와 독촉장 우편값만 해도 과태료 징수분(4만원)을 넘기는 웃지 못할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8월부터 대구시가 얌체 불법 주정차 차량 근절을 위해 CCTV가 장착된 차량까지 동원한 이동무인단속을 시내 전역으로 확대했지만 불법 주정차 과태료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실효성엔 의문이다.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해마다 단속건수의 60% 가량이 과태료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중구청 경우 지난해까지 받지 못한 과태료만 137억여 원에 이른다. 중구 1년 예산의 20% 가까운 수준. 지난해만도 9만 6천494건의 적발건수 가운데 55%인 5만 4천16건, 21억여 원을 받지 못했다.
서구청도 지난해 주정차 위반 적발은 4만 945건이었으나 과태료 납부는 1만 5천167건. 때문에 적발건수의 62%인 2만 5천778건의 과태료 10억 3천여만원을 거둬들이지 못했다.
다른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 남구청은 지난 해 5만 1천58건의 주정차 위반을 적발하고도 절반 가량인 2만 7천285건, 10억 9천여만 원을 '외상장부'에 기재해야 했다.
특히 각 구청들은 과태료 징수불가 판정을 내려 결손처분하는 것만 한해 수천건이어서 성실납부자와의 형평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결손처분은 5년 이상 장기간 체납자를 기준으로 납부할 재산이 없거나 사망 등의 피치못할 사정으로 과태료를 낼 수 없을 경우에 한해 구청이 과태료 징수 불가 판정을 내리는 것.
중구청은 지난 2004년 결손처분 건수만 2만 4천387건, 9억 4천여만 원의 과태료의 징수불가를 선언했다. 남구청도 지난해 누적 결손처분 건수가 2천812건에 이르는 등 각 지자체마다 수천~수만건씩의 과태료를 아예 징수할 수 없게 된 것.
회사원 김모(21) 씨는 "단속할 때도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하냐는 등의 형평성 논란만 일으키더니만 정작 과태료 징수도 이런 식으로 한다면 누가 내겠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초질서 위반자에 대해 과태료를 내지 않을 경우 가산금은 물론, 자동차 견인, 압류, 공매, 급여·재산압류, 예금압류와 같은 강제집행에 들어가는 선진국처럼 강력한 법적규제가 뒤따라야만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계명대 박용진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태료를 차일 피일 미뤄도 아무런 제재 없는데 누가 선뜻 나서 내겠느냐."며 "민선 지자체장들에게 단속 업무가 맡겨지면서 주민들 눈치만 살피는 선심성 행정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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