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강현국 作 '멀리 가는 강물'

멀리 가는 강물

강현국

울음이란 무릇 간절함뿐이므로

수염이 없고 모자가 없고 단추가 없고

구멍이 없고 꿰맨 자국은 더더욱 없고

간절한 울음이란 맨몸이므로

손이 있고 발이 있고 코가 있고

콧구멍이 두 개 있고

개구리가 울었다 콧구멍 두 개가 슬픔을

둥글게 말아 올렸다 개구리가 울었다

콧구멍 두 개가 둠벙에 빠진 달을

노랗게 노랗게 밀어 올렸다

그리고 세상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

잠 못 드는 적막이 벌떡 일어나 탕, 탕, 지팡이로

보름달을 두드렸다 멀리 가는 강물의 팔다리가

쭉, 쭉, 내 몸에 가지를 쳤다

울음은 순수한 감정의 온전한 모습이다. 그러니 울음에는 '수염, 모자, 단추, 꿰맨 자국' 같은 꾸밈이 없다. '무릇 간절함뿐'이다. 이 '간절함'은 '진실성, 진정성' 그 자체이기에 우주를 움직이는 설득력을 가진다. '울음'은 '진실의 말씀'이다. 그러기에 이 여름밤 개구리의 '울음'이 '둠벙에 빠진 달을 노랗게 노랗게 밀어 올'리고 그 '울음' 앞에 '세상은 쥐죽은 듯 고요해'질 수밖에 없다. 마침내 온 천지가 그 '울음'에 따라 운행된다. 또 하나의 '우주'인 '내 몸'도 움직이는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꾸밈이나 기교가 아니라 오로지 '진정성'인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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