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제조사 대표들을 전격 구속기소한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인어이야기'는 성인게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들이다.
이 게임들은 이른바 '4-9-2 룰(rule)'을 지키는 게임기로 분류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심의를 통과했지만 사실상 전국의 상당수 업장에서 불법 개·변조돼 수백배의 돈이 왔다갔다 하는 도박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 게임들은 이른바 '메모리 연타' 및 '예시' 기능을 통해 카지노 슬로머신의 '잭팟'(횡재)을 가능케 함으로써 한번 게임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예시·연타 기능 = 이들 게임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예시 및 연타 기능이 있어 법정 경품 한도액인 2만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가 당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한 게임에 300만~400만원까지 잭팟이 터질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잭팟이 터진 사실을 게임기 메모리에 저장해 2만원씩 따는 것을 20여차례 반복해서 할 수 있다.
'바다이야기'의 경우 고래, 상어, 인어와 같은 특정한 상징물을 내보이는 '예시'기능을 통해 그 다음 게임부터는 연속으로 2만원씩 받을 수 있게 한다. 재수가 좋아 잭팟을 계속 터뜨리면 한시간에 최대 300만원까지 상품권을 딸 수 있다고들 한다.
잃을 땐 적은 금액을 잃지만 딸 때 한꺼번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게 해서 사용자들이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도록 만든다. 이 상품권은 대체로 10%의 수수료를 떼면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
예컨대 상품권 10만원어치를 오락실 인근 등의 환전소에서 환전하면 10%를 뺀 9만원을 현금으로 준다. 따라서 게임업소에서는 손님의 승률이 설령 100% 이상 되면 손해 보는 장사를 할 것 같지만 '10% 수수료 제외' 때문에 거액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업소들은 승률을 높여 '대박이 잘 터지는 곳'으로 소문이 나면 손님이 많이 몰리고 그럴수록 상품권 환전 수수료를 더 챙길 수 있어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 4-9-2 룰은 = 바다이야기 등은 표면적으로는 모두 4-9-2룰을 지키는 게임기로 분류돼 할 영등위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4-9-2룰은 4초 안에 승부가 나고 1시간에 9만원 이하의 게임 비용이 지출되며 한 게임에 상품권으로 지급되는 경품의 최대액수가 2만원을 넘지 않으면 '사행성 게임기로 보지 않는다'는 영등위 자체 기준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 룰은 이들 기계가 기계식이 아닌 전자식이어서 손쉽게 조작이 가능해 사실상 이 룰을 제대로 지키는 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드러나고 있다.
◇ 바다이야기 = 2004년 12월 처음 등장해 작년 중반 이후 대히트의 기록을 세우며 전국적인 붐을 일으킨 게임기다. 슬롯머신과 같이 돌아가는 그림을 맞추면 점수를 얻는 릴게임(reel game)의 일종으로 4개의 원판에 나타나는 그림에 따라 당첨 여부가 결정된다.
1만원권 지폐를 투입기에 넣고 시작 버튼을 누르면 100점(100원)점씩 소진되며 베팅을 세계 할수록 점수가 빨리 소진되고, 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는 점수도 비례해서 커진다.
조개·문어 등 바다 생물 그림이 회전하다 멈추는데 이 때 일직선 또는 대각선 등의 배열에 따라 점수를 얻고 무늬가 일치하면 상품권을 경품으로 받는다.
특히 게임 도중 해파리 타임에 상어가 나오면 대략 10만-40만원을 벌고 고래가 나오면 50만-300만원 정도 딸 수 있는 기능이 숨겨져 있어 대박을 꿈꾸게 한다. 하지만 이런 승률은 고작 10%에 불과하다는 게 게임을 해본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고래도 밍크고래냐 흰수염고래냐에 따라 점수가 다르다. 큰 고래일수록 점수가 많다.
이런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한 손님이 서너대의 게임기를 독차지하면서 베팅 버튼을 재떨이나 라이터, 동전 등으로 고정시켜 시작버튼을 누루지 않고도 계속 돌아가도록 하는 '오토 베팅'을 하기도 한다. 시작버튼을 계속 누르면 팔과 손몬이 저리기도 한다.
철심을 박은 지폐를 투입하거나 전자충격기를 사용해 게임기가 오인하게 하는 신종수법을 사용하다 경찰에 적발된 '꾼'들도 있다.
2004년 12월 1.0판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심의에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아 시장에 나왔으며 이후 작년 4월 1.1판, 8월 2.0판이 각각 같은 등급으로 심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기계식이 아닌 모니터 상에서 PC 프로그램으로 돌아가는 전자식이어서 개·변조가 용이해 실제 현장에 설치될 때는 거의 모든 기기가 불법 개·변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개·변조로 당첨금이 연속으로 배출돼 한 번에 최대 300만원까지 딸 수 있는 연타 기능, 대박 예고 그림이 나오는 예시 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이용자들의 사행성을 부추겨 성인 게임장 시장을 거의 평정했다.
관련업계에서는 황금성, 바다이야기, 오션 파라다이스를 소위 성인용 게임의 '빅(big) 3'로 부르는데 최근에는 바다이야기를 '빅 원(big one)으로 간주하는 데 이견이 없다.
◇ '황금성', '인어이야기' = '황금성'과 '인어이야기' 역시 '바다이야기'와 게임방법이 유사한 릴 게임의 일종이다. '황금성'은 '성'(城)과 '선장', '조커' 등의 그림이, '인어이야기'는 인어, 고래, 조개 등의 그림이 사용되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들 게임 역시 영등위 심의를 통과할 때는 '예시' 기능과 '연타' 기능이 없는 것으로 분류됐지만 불법 개·변조로 수백만원대까지 당첨될 수 있도록 바뀐 뒤에 시중에 유통됐다.
'인어이야기'의 경우에는 최고 당첨 제한액수인 2만원을 200배까지 초과해 400만원까지 당첨될 수 있도록 조작된 바 있다.
이 게임들 외에도 유사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10여종의 릴 게임들이 성인게임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바다이야기 등 빅3 외의 신종 오락기를 개발한 업체들은 빅3 제품의 경우 거리 제한, 비싼 가격 등을 강조하면서 신종 제품을 구매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사용법과 대박 비결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으며 게임 중독에 의한 피해사례도 상당수 올라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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