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거스님
조계종 보현의 집 원장
'스님도 군대에 갑니까?'라는 질문을 간혹 받을 때가 있다. 사회통념상 '스님들은 군에 가지 않을 것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수행하는 스님들도 군에 입대하여 병역의무를 이행한다.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상의 '모든 국민'에는 당연히 수행자도 여성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새삼스럽게 국방에 관한 이슈로 온 나라가 뜨겁다. 북핵 관련 6자회담, 북한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준비설, 4월 초의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 등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런 국제적 긴장 상황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로 정부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로 분열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정부는 반대의 목소리에 대해 차분한 설득보다는 당위성을 앞세워 신경질적이고 밀어붙이기식의 대응 모습을 보인다. 다음 정권에서 집권하여 이 나라를 책임지게 될지도 모르는 야당은 정치 쟁점화하여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일부 언론은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라고 해서 실질적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반대를 위한 반대의 기사를 써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 할 것인데, 정작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는 격이다.
상황이 이와 같다 보니 일반 국민은 혼란스럽고 실체를 보지 못한다. 국가 안위의 문제임에도 출신 지역, 지지 정당 또는 본인 정치 성향 등에 따라 판단해 버린다. 그러다 보니 보수와 진보가 충돌하고, 자주국방은 친미·반미로 왜곡되어 국가적 불이익을 초래하고 있다. 자주국방이라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 사회는 국가존립의 근간인 국방마저도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주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우려된다. 우리의 역사를 보라. 외부로부터 숱하게 침략을 받아온 질곡의 역사였다. 아직도 6·25전쟁을 종료하지 못하고 외국군대를 주둔시키며 휴전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통일이 된 이후에도 국방 문제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다. 주변에 강대국들이 포진하여 늘 이 나라를 위협하는 상황은 어쩌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자리에 위치한 한반도의 태생적 운명일지도 모른다.
식상한 표현이겠지만 자주국방에 여당·야당, 진보·보수, 남성·여성이 어찌 각각일 수 있겠는가!
군복 입은 스님들, 국가 안보 의식에 취약한 신세대들, 지도자로서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여성들…. 이 모두가 별개의 사안들인 것 같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국방과 관련지어 포괄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국방은 모든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국방의 의무와 관련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여성단체 일각에서 여성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전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민족·종교 문제로 분쟁이 잦은 특수국가 상황이다 보니 여성의 병역 의무가 시행되고 있다. 저출산, 인구 감소 추세에 있는 우리나라도 주변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분단국가로서 이스라엘 못지않은 특수국가임에도 이런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제반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굳이 여성 대권후보,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 등의 표현을 하지 않더라도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동등한 능력을 발휘하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거론된 바 있는 여성의 대체복무제 법안을 마련하는 등, 국방 분야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반영되는 국가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전투만이 국방은 아니다. 여성 본인 의사에 따라 사병 입대도 허용하고 재난 구호 요원, 의료 및 사회복지 요원, 대민 공익 요원 등 각 분야에서 공익적 복무를 수행하게 한다면 인구 감소에 따른 남성 병역 수급 자원 부족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며, 자주국방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자주국방의 토대는 너와 나가 아닌 우리라는 화합 정신이다. 옛 속담에 '배우자 바뀐 건 모르고 젓가락 짝 바뀐다고 성화 낸다'는 말이 있다. 지엽적인 것에 매달려 본질을 외면하지 말자. 국민이 사랑하는 유일한 배우자는 하나 된 대한민국이다. 계층 간의 갈등, 남녀 성 대립, 지역 또는 집단이기주의, 이념 및 정치적 소모전 등등… 이 모두가 젓가락임을 왜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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