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4천256가구, 1만 5천여 명이 새 둥지를 틀게 될 대구시 수성구 황금동 '롯데화성캐슬골드파크'(옛 황금주공아파트). 한강 이남에서 단일 단지로는 가장 큰 아파트인 이곳 지난 1일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아직 아파트 열쇠를 받아 간 가구 수가 전체의 30%, 실제 이사를 온 가구는 15% 안팎이다. 하지만 캐슬골드파크의 입주 현장은 전쟁터 같았다. 이삿짐센터, 부동산중개소, 인테리어업체, 전자대리점, 은행, 호출택시, 심지어 우체국 같은 관공서까지 '입주를 환영합니다.'는 내용의 요란한 현수막을 아파트 단지나 주변 상가 건물에 내걸고 입주민들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와 황금네거리로 이어지는 큰 도로 옆에는 전에 없던 건물들이 하나 둘 들어서기 시작했고, 인근 동네 가게들도 간판을 새로 달거나 점포를 곱게 단장하고 있었다. 거대한 신규 시장을 놓고 치열한 영업전이 시작된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는 이삿짐센터의 사다리 차와 트럭, 인테리어 업체의 공사 차량들이 쉴새 없이 드나들었다. 한쪽에선 이삿짐을 옮기고 다른 쪽에선 발코니나 방을 확장하고 인테리어를 바꾸기 위한 작업으로 연신 '쿵쾅' 소리가 들렸다. 일하는 사람들이 잠시 더위를 식히고 새참을 먹을 수 있는 참 집까지 마련돼 있었다. 이번 주말에 이사할 예정이라는 김정숙(48'여) 씨는 "발코니 확장과 새시 공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왔다."며 "400가구 정도 모인 아파트에 살다가 이곳에 와보니 시골에서 대도시에 온 기분이다."고 새집 마련의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입주 초기이지만 1차 단지 아파트에 모델하우스를 마련한 인테리어 업체만 해도 50여 개에 이른다. 아파트 출입구마다 뜯어낸 콘크리트 덩어리, 석고, 스티로폼, 목재 등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고, 집 주인의 손길한 번 느껴보지 못한 붙박이장, 벽지, 출입문 등이 서럽게 버려져 있었다. 수성구청은 무분별한 공사로 인해 이사를 한 주민들의 민원이 생길 것을 우려해 평일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공사하고 휴일에는 공사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공문까지 보냈다.
단지 내 각종 영업이나 판촉활동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살짝 들어와서 단지 내에 뿌리는 광고전단지 같은 각종 홍보물 때문에 경비 직원들이 애를 먹고 있다. 107명의 직원들이 단지를 순찰하고, CCTV가 곳곳에서 감시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아파트 출입구의 디지털 도어 룩의 비밀번호를 매일 바꿔 가면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지만 엘리베이터와 우편함에는 광고물로 도배되거나 넘쳐날 정도이다.
임동훈 주민지원센터장(관리사무소장)은 "광고물이나 일반생활쓰레기 이외에 인테리어 공사로 인해 쏟아지는 건축폐기물만 하루 10t 트럭 30대 분량에 이른다."며 "하루에 서너 번 폐기물을 실어내는데 적어도 한 달 정도는 폐기물이나 쓰레기와 전쟁을 치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를 위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곳은 입주지원센터. 이곳에서 잔금을 내고, 입주증과 열쇠를 받고, AS(하자 보수와 같은 사후 서비스)나 금융과 법무 상담을 하게 된다. 이종락 화성산업 입주지원센터 차장은 "소비자들이 입주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한 곳에서 상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며 "요즘은 입주민들이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지적이나 건의사항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처럼 장만한 새집, 이사할 때 묵은 가전제품이나 가구, 생활용품 등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다. 동아백화점이 가전제품, 가구 등을 전시한 단지 내 샘플하우스를 찾은 정미영(42'여) 씨는 "10년 만에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게 됐는데 새 집인 만큼 돈이 들더라도 냉장고와 텔레비전은 바꾸고 싶다."고 했다. 김병조 동아백화점 특판사업팀 대리는 "하루 대여섯 가족들이 샘플하우스를 찾고 있는데, 입주민들은 보통 32평형의 경우 700만~1천 만 원 정도의 예산을 갖고 취향에 맞는 제품을 고르고 있다."고 했다.
한 아파트 안에 울릉군 인구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게 될 캐슬골드파크. 한강이남 최대 아파트 단지답게 이곳은 부동산 시장은 물론 지역 상권의 최대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2006월 8월 24일자 라이프매일)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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