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정말 사랑일까?…개봉 앞둔 멜로영화들

'가을은 멜로영화를 타고 온다?'

멜로영화가 가을을 앞당기고 있다. 한동안 '괴물' 등의 블록버스터에 스크린을 내주었던 극장가에 멜로영화가 돌아온 것. 욕설이 난무한 질펀한 사랑과 사형을 앞둔 남자와 창살 밖 여자의 안타까운 사랑 등 사랑의 형태 또한 다양하다.

◆ 해변의 여인

고현정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오래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홍상수 감독의 '해변의 여인'이 31일 개봉된다. 영화감독 중래(김승우)는 데뷔 초기 인기를 끌었으나 갈수록 성적이 시원찮다. 시나리오가 잘 써지지 않는다며 미술감독 후배 창욱(김태우)에게 서해안 여행을 제안한다.

여행엔 중래의 팬이라는 유학파 싱어송라이터 문숙(고현정)이 동행한다. 유부남인 창욱은 문숙이 애인이라고 소개하지만 문숙은 애써 친구임을 강조한다. 셋이서 횟집에 앉아 술을 마시다 중래와 문숙은 해변에서 키스를 나누고 둘은 이렇게 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지만 문숙과 중래의 속내는 다르다. 문숙은 '사랑'을 이야기하고 중래는 이를 외면하려 한다. 중래는 자신이 영화감독임을 내세워 또다른 여자 선희(송선미)에게 접근하고 하룻밤을 보낸다. 문숙과 중래, 창욱과 선희에게 사랑은 무엇일까. 연애에 대한 환상 대신 30대 사랑의 현실감각을 일깨우고 있다. 31일 개봉.

◆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술집여자 연아(장진영)와 백수 청년 영운(김승우)은 4년째 같이 자고 싸우고 사랑하며 지낸 사이다. 연아는 같은 동네에 사는 식당집 아들 영운에게 호감을 느꼈고 영운 역시 도발적인 연아에게 눈길이 끌린 것.

연아는 영운이 위기에 몰리면 칼까지 들고 싸울만큼 거세기도 하지만 한없이 부드럽기도 하다. 하지만 어쨌든 연아는 술집 여자일 뿐이고 영운에겐 결혼할 여자는 따로 있다. 연아는 영운의 집으로 찾아가 '우리는 4년간 같이 살았는데 어떻게 헤어지냐'며 엉엉 울기도 하고 영운의 친구들 역시 연아의 편이 되어 영운의 결혼할 여자 앞에서 계속 연아의 이름을 끄집어 내기도 한다.

이 둘은 어떻게 될까? 삶의 밑바닥에서 길어올린 질펀하고도 질긴 연애담은 이전의 멜로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사랑하는 방식이 다를 뿐 사랑의 본질은 일맥상통한다. 1998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된 김해곤이 그의 연출 데뷔작으로 자신의 시나리오를 택했다. 장진영의 파격적인 연기변신이 기대되는 영화. 9월7일 개봉.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툭하면 자살을 시도하는 염세주의자 대학교수 문유정(이나영)은 재단 이사장의 딸로 화려하고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고아 출신의 윤수(강동원)는 강도·강간·살인죄로 사형집행을 앞두고 있다.

엄청난 사회적 간극을 가진 두 사람은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입만 열면 '죽고싶다'는 말을 하며 세상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사실. 어느날 유정은 수녀인 고모에게 이끌려 교도소에 갔다. 사형수와의 만남으로 유정의 정신적 상처를 치유해볼 셈이다.

그날 유정이 만난 남자는 살인죄로 사형을 구형받은 윤수(강동원). 윤수는 면회시간 내내 거칠고 불쾌하게 굴어 유정은 발끈했지만 피해자의 할머니를 대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어떤 모습이 그의 진짜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윤수 역시 마찬가지. 동정도, 어색함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유정에게 서서히 귀를 기울이게 된다. 처음엔 삐딱하고 매몰찬 말들로 서로를 밀어내지만 이내 서로가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은 조금씩 경계를 풀고 서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고, 비로소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진짜 이야기'를 꺼내놓게 된다.

이미 베스트셀러가 된 탄탄한 원작 덕분에 영화는 일찌감치 주목받아왔다. '파이란'의 송해성 감독의 신작으로, '파이란'에서 느껴졌던 닿을 수 없는 안타까운 감정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9월14일 개봉.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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