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풍속에 관한 한 일본은 새로운 유행(?)의 출발지라 할 만하다. 이제까지 이미지화된 일본 여성상은 남편 앞에서 무릎 꿇고 앵무새처럼 '하이, 하이'를 연발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의 신세대야 전혀 다르 겠지만 전통 관념이 몸에 밴 노년층 여성들은 대개 그러했다. 이런 그들이 세간을 놀라게 한 것은 1990년대 무렵 부터의 세칭 '황혼 이혼' 열풍이었다. 남편의 횡포에도 평생 조신한 모습을 잃지 않던 아내들이 남편 정년 퇴직을 맞아 비수처럼 이혼장을 내미는 데서 비롯됐다.
○…"내 인생을 찾겠다"는 늘그막 아내들의 반란은 '정년 이혼'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른바 '나리타의 이별'도 그 하나다. 막내의 결혼식을 치르고 나리타 공항에서 신랑신부 신혼여행을 떠나보낸 뒤 한평생 함께 산 부부도 남남이 되어 헤어지는 것이다.
○…증가 일변도의 이혼율을 보이던 일본에서 최근 3년간은 이혼율이 다소 줄었다. 알고 보니 많은 여성들이 2007년 이후로 이혼을 보류하고 있다는 거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는데 하나는 일본판 베이비 붐 세대(1947~1949년 출생)인 '단카이(團塊:단괴) 세대'가 이때쯤 대량 정년 사태를 맞기 때문이라 한다. 또 한 가지는 연금분할제도가 개정돼 이때부터 이혼시엔 납입 연금의 최대 50%까지 분할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일본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인구 10명 중 2명을 차지하는 노인국가이자 '少子化(소자화)'로 골머리 앓는 저출산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일본에서 요즘 65세 이상 노인 범죄가 급증, 전체 범죄의 10%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어저께도 80대 할머니가 부부싸움 끝에 90대 남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고, 몇개월 전엔 89세 할아버지가 85세 아내를 숨지게 한 뒤 자살을 기도한 사건도 있었다. 물건 훔치기, 행인 지갑 소매치기 등 범죄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1.08명이라는 超低出産率(초저출산율)에다 급속한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우리 사회로서는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작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전체 234개 시'군'구 중 63개(26.9%) 시'군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섰다. 30%를 넘는 초고령 시'군도 14곳이나 됐다. 저출산'고령화의 그늘은 우리 예상보다 더 깊고 어두울 것 같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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