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권의 책) 방귀쟁이 촌티택시

'ㅇㅇ 성공기' 류의 책들이 시중에 넘쳐나는 것이 비단 요즘 일만은 아니지만 이런 책을 접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1등 아이', '영재 아이', '남보다 앞서 나가는 아이'로 커줬으면 하는 바람은 다를 바가 없지만 이런 현대판 '위인(아)전'을 읽다 보면 상실감만 커지기 일쑤다. 학력·재력이 대물림되는 실정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착하고 성실하게만 자라나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다.' '가난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릴까.

'방귀쟁이 촌티 택시'(푸른 디딤돌 펴냄)는 이런 속상함을 풀어주는데 작게나마 기여를 할 것 같다. 택시를 타고 내리는 수많은 '갑남을녀'들의 소박한 일상을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동화로 풀어내고 있다.

'방귀쟁이 촌티 택시'에는 못나게 태어났고 어렵게 살아가지만 남에게 도움을 주려는 주인공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촌티 택시 역시 요란한 엔진 소리 때문에 '방귀쟁이'라고 놀림을 받지만 누군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먼저 도와준다.

택시의 첫 손님이었던 한 엄마는 촌티 택시 덕분에 딸과 헤어지지 않게 됐다. 형편이 어려워서 보육원에 딸을 맡길 생각이었는데, 촌티 택시의 조언으로 마음을 바꾸게 된다. 주인을 잃고 차 도둑들에게 끌려 다니던 강아지를 구해 준 것도 촌티 택시였다. 동네 아이들이 몸이 불편한 아이에게 텃세를 부릴 때도 아이들 마음속에서 선한 마음을 불러일으켰다.

책 속에 등장하는 택시기사 김씨와 박씨도 그렇다. 부모와 많은 식구들과 힘겹게 살면서도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는다. '사랑 봉사대'를 만들어 보육원 아이들을 돌보고 수술비용을 마련해 준 일도 대단하지만, 손님들의 서글픈 사연에 귀 기울이고 맞장구를 쳐 주는 마음은 더 값지다.

지은이는 '행복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낮은 자리에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나눠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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