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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빌려줬는데…" 범죄에 내몰린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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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왼쪽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최모(43·지체장애 2급) 씨는 이달 초까지 꼬박 45일 동안 '끔찍한 옥살이'를 했다. 죄명은 석유사업법 위반.

"2003년, 모르는 사람 몇 명이 찾아왔습니다. 이름만 빌려주면 매달 100만 원을 주겠다더군요. 중풍 증세에다 만성 신부전증까지 겹쳤지만 병원비가 모자라 너무 고통스러웠던 때였습니다. 그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돈은 그에게 독약이었다. 그는 유사휘발유를 파는 주유소의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등록됐다. 주유소는 오래가지 못했다. 여러 차례 단속에 적발되면서 올해초까지 최 씨에게는 벌금만 670만 원이 부과됐다.

"저에게 100만 원 씩을 준 사람들은 월 평균 3천만 원을 벌었다는데, 벌금은 한푼도 내주지 않더군요. 결국 저는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갇혔습니다."

각종 범죄현장에 장애인들이 이용되고 있다.

취업장벽 탓에 주머니가 비어 있는 장애인들의 약점을 이용, 이들의 명의를 빌린 뒤 불법적인 돈벌이에 나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

뇌성마비 장애인인 고모(35) 씨도 최근 '전과자'가 됐다. 성인오락실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지난 해 고 씨를 찾아와 이름만 빌려주면 월 50만 원을 주겠다고 제안, 이를 받아들였다가 '불법 성인오락실 운영'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것.

"제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으면 장애인들은 누구라도 흔들릴 수 밖에 없습니다. 오락실이 뭔지, 제대로 모르는 장애인들은 흔쾌히 승낙을 하죠. 결국 꾐에 빠졌다는 사실은 1, 2년이 지나서야 압니다." 그는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에 따르면 각종 범죄에 장애인이 이용돼 피해구제를 의뢰해온 사례가 올 들어서만 5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세중 대구지체장애인협회 사무국장은 "성인오락실, 유사휘발유 판매 등 수익이 좋은 불법 업종이 판을 치면서, 업자들이 장애인들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다수 장애인들이 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이에 속고 수감되는 사례까지 나타나는 등 큰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장애인종합복지관의 한 상담 담당자는 "이 같은 경우에 처하면 장애인 협회나 상담실을 찾아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며 "정신지체장애인을 돌보는 보호자는 장애인에 대해 '금치산 선고'를 받아 범죄에 이용될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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