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류인서 作 '다부터널'

다부터널

류인서

산호색 불빛을 지닌, 고둥 속 같이

깊고 아름다운 저 터널이 뒤집어쓴

등성이가 실은 거대한

공원묘지란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이라니!

치통처럼 욱신거릴 망자들의 잠이,

뿌리째 들쑤셔져 어정쩡 반공중에 들어

올려져버린 죽음들이 민망해서가 아니라

유예해 둔 내 죽음을 미리 도굴 당한 느낌,

누군가 벌레처럼 그 속에다

구멍을 파 들고남을 보아버린 께름칙함

탓이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

그러나 이는 그리 무거운 문제가 아니랄밖에,

저것 또한 삶이 만들어 놓은 죽음의 한 형식일 뿐,

죽음은 다만 죽음 그대로 시종 고요할 것이라는

확신과 안도.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면 다부터널을 지나게 됩니다. 다부터널은 '산호색 불빛을 지닌, 고둥 속 같이' 깊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터널의 등성이가 사실은 '공원묘지'이었음을 알면 어떤 기분이 되겠습니까. 느닷없이 반공중에 '올려져버린 죽음들이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유예해 둔 내 죽음을 미리 도굴 당한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심하십시오. 산의 변형인 터널은 산이 아닌 터널로 존재하듯이 삶의 변형인 '죽음'은 우리들의 '삶'과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여 '그대로 시종 고요할 것'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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