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스 닥터] "산부인과 병원이 없어요"

"예전엔 집집마다 허연 기저귀가 늘려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집을 찾아볼래야 찾아보기가 힘들어. 더구나 아이를 낳을곳이 없어 저멀리 시까지 가야하니 어디 농촌에 젊은이들이 살려고 하겠어..."

군지역 산모들은 아이 낳을 곳이 없다. 저출산으로 신생아 수가 급감하면서 농촌 지역의 산부인과(의원)가 급속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북의 13개 군지역중 산부인과의원이 있는 곳은 딱 두곳. 대구 근교에 있는 칠곡군과 울진군에 산부인과의원이 있다. 그나마 울진군은 한 곳이다. 그것도 2005년에 문을 열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경북이 산부인과가 없는 군이 가장 많다. 그다음이 경남 전남이 각각 9개군 강원 7개군 전북 충북이 각각 6개군 충남 3개군 경기 제주가 각각 2개군이다.

물론 군지역에 산부인과가 개설된 병원들이 있지만 분만은 거의 하지 않고있다.청도군의 한병원의 경우 올해초 산부인과를 개설했지만 분만은 하지않고있다. 의성군의 한병원도 역시 마찬가지다. 2년전 산부인과를 개설했으나 분만은 하지않고 자궁암 검사 냉치료등 부인병 진료만 하고있을뿐이다.

이런 이유로 군지역 산모들은 인근의 시로 옮겨서 분만을 하고 정기적인 검사도 도시로 나가서 받고있다. 최근 대구에서 아기를 낳은 청도의 김모씨 (29)는 " 청도에는 아기 낳을 병원이 없을뿐아니라 이왕이면 시설좋고 안전한 대도시에서 아기를 낳고 싶어 대구에 왔다"라고 했다.

안동의 한 여성병원의 경우 인근 군에서 온 임산부들이 몰리고있다. 주로 안동 영주 청송 봉화지역에서 온 임산부들이다.

이처럼 군지역에 사는 산모들이 아이를 낳을곳을 찾아 도시로 가는 것은 저출산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05년 경북군지역에서 태어난 아이수는 모두 4,064명. 2000년(6,304)에 비해 무려 35%가 줄었다. 울릉군의 경우 지난해 태어난 아기수는 64명뿐이다. 평균 잡아 한달에 다섯명, 일주일에 아이 하나가 태어난 셈이다. 영양군도 1년에 122명이 태어났다. 3일에 한명씩 아이가 태어난 꼴이다. 경북 13개군 지역에서 지난해 300명이상 아이가 태어난 군은 고작 3곳. 칠곡군이 1,385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울진군(408명) 의성군 (329명)순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군에서 하루에 아이가 한명도 태어나지 않고있다. 이런 출산율이다 보니 산부인과를 개설할 의사가 없는 것이다. 이에대해 김모씨(62. 경북 의성군 단촌면)는 " 저출산 1위인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출산할 곳이 없어 걱정한다면 이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의성의 정명수원장(동산연합의원)은 " 군지역에서 분만 하는 산부인과가 없는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실제로 의료분야에서 행정구역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며 "30분 안에 도시가 있을뿐아니라 더 나은 의료환경을 찾아 가는것이 농촌 현실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1년에 아기를 받는 산부인과(병원포함)가 1570곳이었으나 올해는 972곳으로 5년새 3분의 1가량 줄었다.

김순재 편집위원 sj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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