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상 밖 합의안 '부결'…노무공급권이 원인

파업사태에 종지부를 찍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던 13일 포항건설노조의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부결처리된 배경에는 '노조의 노무공급권이 흔들리게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외에도 ▷76일간의 파업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얻은 것이 전무하다는 자괴감 ▷포스코의 손배소 철회 거부 및 노조핵심간부 및 적극 가담자 출입 제한 방침 고수 ▷미흡한 구속자 석방 ▷고 하중근 사인 미규명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포항건설노조는 그동안 전문건설업체들의 포스코 구내 공사에 대해 사실상 독점적인 노무공급권을 행사해왔다. 전문건설 노사는 그전까지 관행처럼 시행해오던 이 제도를 2004년 임단협 조항에 포함시켜 사실상 제도화했고,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노무공급권을 앞세운 노조가 파업을 연례화하는 빌미가 됐다. 특히 올해는 노조 측의 포스코 본사 점거 등 초강경 파업투쟁으로 공기지연 등에 따른 여파가 상상외로 커지자 사용자 측은 이번 기회에 '노조원 우선채용' 조항을 삭제하거나 노조의 영향력을 축소할 수 있는 규정으로 개정을 시도했다. 그 결과 지난달 12일 노사 양측 협상에서 '회사는 작업자 채용시 조합원을 우선한다.'는 기존 규정을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바꾸는데 성공했다.

노동자로서는 매우 불리한 조항이었고, 이후 자칫 사용자 측이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됐다. 더욱이 한국노총 계열의 새노조 출범이 꿈틀거리면서 더 절박한 상황으로 몰렸다. 따라서 노조원들 입장으로서는 재개정 요구가 당연한 것이었지만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투표를 통해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먹고 사는 생활도 중요하지만 장래 일자리 확보가 더 우선했던 것. 실제로 이날 투표전 분임토의에서도 이 부분을 놓고 가장 많은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사 협상에서 이 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며, 이 부분에 대한 이견이 해소되면 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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