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아들, 딸들에게도 보여줬으면

올 추석도 이제 열닷새 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맞이하는 추석이지만 추석이 다가오면 어릴 때 뛰놀던 고향 동네와 어머니 얼굴이 떠오른다. 내 고향은 읍내에서 십오 리가 조금 넘게 떨어진 농촌마을인데 마을입구에는 해마다 코스모스를 심어 놓았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머니 말만 나오면 코끝이 시큰해진다는 것은 어릴 때 받은 어머니 사랑을 다 돌려드리지 못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일요일마다 동네 초등학생들이 골목길을 쓸었고 중·고등학생때는 자갈이 깔린 버드나무 가로수가 있는 신작로를 자전거를 타고 통학을 했다.

대구에 유학을 와서는 추석 때 집에 가려고 서부정류장에서 한두 시간씩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던 일이나, 버스에서 내려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마을길을 걸어가던 일, 마을 어귀까지만 와도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지던 일, 골목에서 '어머니' 하고 부르면 그냥 뛰어나와 손을 잡아주시던 어머니의 얼굴, 모든 것들이 추석이 다가오면 마음이 먼저 고향 길을 달려가면서 떠오르는 일들이다.

지금은 흙 냄새나는 골목길도 없고, 풀벌레 뛰어나오는 들길도 없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에 잘 정리된 들판만 있다. 어느 설문조사에 의하면 지금 어른들은 60% 정도가 명절이 귀찮다거나 부담스럽다고 한다. 그것은 아마도 고향엔 어머니가 없고 내 마음 속에 새겨져 있는 그 길이 없어서가 아닐까? 이제 우리 세대가 다시 따뜻하고 푸근한 고향을 일구고 고향 길을 만들어 아들, 딸들에게 고향을 만들어 주어야겠다.

마음이 울적하고 가슴이 답답하여 누구한테든지 하소연하고 싶을 때 그냥 조건 없이 달려갈 수 있는 곳, 어느 때 가도 항상 어머니가 달려와서 손을 잡아주던 그리운 그곳, 내가 언젠가는 돌아갈 수 있는 그런 고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허이주(대구시 달서구 용산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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