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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을 위한 철학이야기) ③통합논술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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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논술과 관련된 논란이 학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서울대의 자연계열 예시문이 아직도 단순한 암기식 지식으로 쉽게 풀 수 있는 논제들을 포함하고 있고, 너무 긴 제시문으로 인해 학생들이 비판적-창의적 사고를 발휘할 터전을 제약하는 경향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대학입학시험인 바칼로레아의 논술시험은 인문학적 교양과 논리적-비판적 사고가 없이는 낭패를 보기 쉬운 수준 높은 논제를 출제하기로 유명하다. 이 논제들은 우리 통합논술의 형식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는 긴 복수제시문과 복수논제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아주 짧은 단수 논제들-'수학적 진리와 과학적 진리는 본질적으로 동일한가?', '문화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는가?', '우리는 타인에 대해서만 의무를 갖는가?' 등-을 출제한다. 하루 빨리 교육부에서도 본질적인 논술의 형식과 내용에 대한 개념을 더욱 더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제 수험생들이 통합논술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해서 검토해봐야 한다. 각 대학 입학처가 제공한 통합논술 준비방법들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1) 논술의 주제는 교과서의 제시문이나 주제를 활용하므로 학생 스스로 준비 가능하며, (2) 일상생활이나 사회적 문제를 논리적,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기르고, (3) 비판적 성찰과 교과 관련 독서를 통한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사고력을 배양하고, (4) 책을 읽으며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교사는 그 과정이 다각적이고 심층적으로 진행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며, (5)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기본방향과 일치하므로 수능준비를 잘할 것 등이다. 이것들은 바로 논술의 성공이 무언가에 의해서 단숨에 이루어지거나 그것을 위한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착실하게 입시준비를 하는 학생들에게는 논술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고 있는 논술 사교육시장의 광풍은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가? 먼저 이것은 (4)와 관련된 공교육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미국이나 프랑스에서는 우리가 중등교육에서 단 10분 만에 설명하고 지나가는 아인슈타인의 E=mc2 같은 중요 원리를 한 학기, 길게는 일 년 동안 그 개념과 원리를 그룹프로젝트로 이해하게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등학교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세계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들이 대학을 마치고 유학을 가서 박사 과정을 지나면서 경험하는 많은 어려움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때 보여주었던 수학 실력이 대부분 개념과 원리 이해 중심이라기보다는 암기나 유사문제를 많이 접해본 직관적 경험에 더 의존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논술사교육 과열의 나머지 원인은 (2)와 (3)을 실행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동기를 자극하는 교교의 철학적 인프라가 전무후무한 상황에서 갑자기 통합논술을 실행하겠다고 하는 졸속성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실제 중등학교의 입시위주 교육 현실을 깊이 이해하거나 그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대학의 충분한 반성이 결여된 졸속적 발상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지나친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다.

더 나아가서 위에 제시된 통합논술의 준비방법은 너무 일반적이어서 구체적으로 집중해야 할 공부의 영역과 내용을 설명하지 못하는 원론에 불과하다.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는가? 가치 있는 통합논술을 작성하기 위한 효율적인 논술대비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필자가 생각하는 그 방법은 논리적 개념에 기초한 사고훈련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사고의 기량을 높이는 것이며, 아래의 네 단계로 구성된다는 것에 그 특징이 있다. 첫째, 논리학 일반 모두가 아니라 논리학의 기초 개념들 중 세 부분-기초 개념 부분과 언어·의미·정의 부분 그리고 오류추리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 짧은 논변을 쓰기 위한 30개의 일반적 규칙과 논술을 위한 14개의 글쓰기 규칙 부분을 다양한 예를 통해 고찰하는 단계이다. 세 번째는 어떻게든 서론, 본론,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되어야 하는 논술의 체계적이고 기술적인 작성 방법을 세부적으로 완전히 숙달하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앞의 세 단계에 기초해서 특히 가치론과 관련되는 철학-윤리학, 실천윤리, 사회/정치철학-의 중요 이슈들과 관련된 글을 비판적으로 읽고, 토론을 통해서 창의적 사고를 개발해보는 과정을 실제로 경험하고 실제 논술을 작성 해보는 단계이다.

필자가 제시한 네 가지 단계는 통합논술이 필요에 따라서 사고력중심, 과정중심, 통합적 사고중심, 자기주도적 수행중심 이라는 슬로건을 유지하면서 바칼로레아 형식을 따라서 심오한 단수논제형태로 바뀐다 하더라도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네 단계의 각 영역에 속하는 내용은 앞으로 직-간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종왕(영남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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